미·중 양자택일? 우리가 왜?…EU, 그래서 내민 게 디리스킹

  • 카드 발행 일시2023.07.04

World View

지금 미국과 중국은 ‘디리스킹’으로 경제·안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디리스킹을 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우리를 겨냥하지 못하도록 막겠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6월 19일)

탈의존과 디리스킹이란 표현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는 가짜 명제다.(리창 중국 총리, 6월 27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중국과의 관계, 특히 통상 분야에서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서구의 대중 전략이다. 중국과 경제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없다는 전제인 만큼 당초 제기됐던 중국과 딴살림을 차려야 한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중국 측은 디리스킹이건, 디커플링이건 본질은 모두 중국 압박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디리스킹은 수년 전의 디커플링에 비하면 분야가 더 정교해졌다.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자는 극한의 상황은 미국과 서유럽 모두 아니라고 한 만큼 여기에 한국이 파고들 틈새가 생겼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며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5년 만에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디리스킹을 앞세우며 미·중 전략 경쟁은 제2막으로 접어들었다.

국면 전환은 유럽이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미국 시장도, 중국 시장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국적 기업의 선택이기도 하다. 대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본 유럽은 중국이 제2의 러시아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디리스킹에는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드는 걸 막는 장치도 깔아 놓겠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 불가에 합의하면서 중국 시장을 놓고 혹시나 우려했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모든 산업·서비스 분야마다 ‘미국 주도 서플라이 체인’과 ‘중국 주도 서플라이 체인’이 존재하며 이중의 공급망이 경쟁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 미·중 경쟁의 본질은 바뀐 게 없다. 중국도 변한 게 없다. 외국 기업을 때리고 얼러 정부를 압박하는 중국식 변칙 공격을 일상화하고 있다.

관건은 한국이다. 미국·유럽·중국이 펼치는 ‘디리스킹’ 삼각 공방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디리스킹 전략의 포문을 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지난 3월 연설의 요지와 중국의 대응 전략, 한국식 디리스킹 모델의 가능성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