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가 가왕의 뮤비라고? 조용필이 찾은 ‘92년생 그녀’

  • 카드 발행 일시2023.06.13

지난달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가왕 조용필의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이 열렸다. 남녀노소 세대 통합을 이룬 객석 사이로 등장한 조용필은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로 공연을 이끌었다. 올해 말 발매 예정인 정규 20집의 선공개 앨범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 수록곡 라이브도 처음 선보였다. 요즘 인기인 신스팝 장르의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조용필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의 ‘라’는 ‘영원한 오빠’ 조용필의 트렌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번 컴백에서도 결코 안주하지 않은 가왕의 특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뮤직비디오도 파격적이다. 국내에선 무명에 가까운 신인 비주얼 아티스트 추수(TZUSOO)에게 ‘필링 오브 유’와 ‘라’의 연출을 맡겼다. 결과는 기타를 메고 안경을 쓴 소년과 웃는 얼굴이 귀여운 호랑이, 작은 체구에 맞지 않을 정도로 롱다리인 까치가 그룹을 이뤄 자유롭게 여행하는 애니메이션 뮤비. 노래의 경쾌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호평과 함께 독창적인 연출을 보여준 추수 감독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작가 겸 뮤직비디오 감독 추수. 사진 추수

작가 겸 뮤직비디오 감독 추수. 사진 추수

추수 감독은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소셜미디어에 핸드폰 배경화면용 4K 사진을 여러 장 풀었고, 작업 비하인드도 상세하게 공유했다. 좋은 소식을 들고 온다는 까치와 신성한 존재인 호랑이가 함께하면 좋지 않은 기운을 물리치고 길한 기운을 가져온다는 민화를 모티브로 삼았던 뮤직비디오였는데, 그 길한 기운이 추수에게도 닿은 모양이다. 베를린에 있는 그를  서면으로 만나 이번 작업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추수의 방침에 따라 인터뷰에선 활동명만 사용했다. 추수는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호(號)로 ‘가을의 맑은 물’ ‘맑은 눈매’ ‘시퍼렇게 날이 선 칼’ 등 다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TMI Q. 조용필 노래 중 좋아하는 곡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야망과 고독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에 오르는 표범에 비유한 노래죠. 30대 때 발표한 노래여서 그런지 막 서른이 된 제게 마치 그때의 조용필 선생님이 옆에 서 있는 동료같이 느껴집니다. 무지막지하게 진지하고, 지금으로 치면 ‘중2병’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워낙 그런 사람인지라.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는 가사를 과연 누가 부를 수 있을까요? 한 소절 한 소절에 술 한 잔씩 넘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