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아, 이것들 테워 불라”…며느리는 음식 태울 뻔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6.09

푼드랑 ᄒᆞ다(더 할나위 없이 좋다)

1998년 가을, 박사과정을 마치고 고향 제주로 내려온 나는 인생 첫 강의를 하게 됐다. 제주 한라대에서 ‘사회복지발달사’ 과목을 담당했다. 기왕 하는 김에 지역사회에서 강의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말자 생각했다. 그래서 강의 경력 30년인 대학 은사를 찾아가 ‘비법’을 물었다.

은사님이 제시한 비법은 제주도 사투리를 써서 강의하는 것. 당시 야간수업도 있었는데, 그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수강생은 직장인이었다. 낮에 업무에 시달려서 그런지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나는 단 한 명이라도 졸지 않게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다행히 ‘제주 사투리 강의’가 먹혔다. 까칠해 보이는 30대 중반 신참 강사 입에서 80대 시골 할머니가 쓸 법한 구수한 사투리가 쏟아져 나오자 다들 재밌어했다.

지난 2일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제주어 월파벽에 ‘와리지 맙서’(서두르지 마세요)라는 시 제목(제주어)이 쓰여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일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제주어 월파벽에 ‘와리지 맙서’(서두르지 마세요)라는 시 제목(제주어)이 쓰여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언어는 한라산이나 곶자왈 등 유명 관광자원만큼 제주 지역 관심 주제로 꼽힌다. 경상도·전라도 사투리보다 알아듣기가 훨씬 어렵고, 섬 지역 특유의 정서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