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국어 교과서에 나온 지문 조금 읽었을 뿐인데 원작 다 읽은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간다거나, 맛보기 영화 프로그램 주섬주섬 보고 나서 전편 다 봤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훤히 잘 안다고 과장하기도 한다.
제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서귀포도 그런 대상이다. 중문단지나 여러 폭포가 있기에 관광객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도시지만, 정작 서귀포는 잘 모른다.
서귀포가 고향인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1년 서귀읍과 중문면이 서귀포시로 통합되기 전까진 중문에 살다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제주시로 갔다. 이런 연유로 난 어릴 적부터 대한민국 가장 남(南)쪽에 있는 도시 이름에 왜! 방향을 나타내는 ‘서(西)’가 들어갈까? 왜! 서귀포 하면 항상 ‘칠십 리’를 떠올릴까? 왜 어머니는 한라산에서 자라는 ‘시로미’로 해마다 술을 담가 아버지를 즐겁게 했을까? 하는 게 무척 궁금했다. 다들 익숙한 듯해도 정확히 알진 못하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