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골프 누아르’ 닮았다, 주가조작단 속 ‘추악한 골프’

  • 카드 발행 일시2023.05.12

2013년 개봉한 ‘신세계’ 영화에는 조직폭력배들이 드라이버를 들고 싸움을 벌인다. 피투성이가 돼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를 골프채로 때리는 모습도 나온다.

그 당시 나온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에선 골프채를 사용한 폭행 장면이 유행처럼 등장했다. 골프채 폭력이 많아 영화 ‘황해’에서 배우 김윤석이 드라이버가 아니라 뼈다귀를 들고 싸움하는 게 이상하면서도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대를 풍미한 필름 누아르, 홍콩 누아르처럼 골프 클럽을 들고 사람을 폭행하는 한국의 어두운 영화들을 골프 누아르라는 장르로 불러야 할 것도 같았다.

골프 누아르 시대는 지났다. 요즘 현실에선 골프가 등장하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나오고 있다.

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에는 곳곳에서 골프가 나온다. 프로 자격증을 가졌으며 골프 레슨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안모씨가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3인방 중 한 명이라고 보도됐다. 안씨는 골프 레슨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 권유해 돈을 모았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씨는 골프연습장을 통해 돈세탁을 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골프장을 가지려고 했다. JTBC 뉴스룸은 “라 대표는 지난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장을 사겠다며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1차로 보낸 돈만 200억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