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낮과 다른 세계다. 프로야구 낮 경기도 재미있지만 밤 경기는 더 짜릿하다. 야간 경기는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서 치러진다. 예술 공연처럼 더 집중하게 되고, 경기는 더 극적이 된다.
골프 코스도 마찬가지다. 태양 아래 코스는 찬란하지만, 야간 조명 속 골프 코스도 황홀한 매력이 있다. 밤의 적막을 뚫는 타구음은 청량음료처럼 상쾌하고, 하늘로 솟구치는 골프볼은 야구 홈런 타구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골프 코스에서 밤에 재즈 음악이라도 틀어 놓으면 환한 대낮에는 상상할 수 없는 운치가 있다. 밤은 아름답다.
야간 라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 나이트게임은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덥지 않고 자외선에 얼굴 탈 걱정에 얼굴을 칭칭 둘러싸지 않아도 된다. 밤 골프는 젊은 층이 좋아한다. 지난해 야간 라운드에서 30대 이하 골퍼 비중이 30%를 넘었다. 남녀 동반 비중도 높다.
한여름엔 낮 티타임보다 밤 티타임이 더 빨리 마감된다. 오후 5시쯤 시작해 절반은 석양, 절반은 달빛 속에 라운드하는 반반 골프도 인기다.
전 세계에서 골프장에 조명이 가장 필요한 곳이 한국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재단(NGF·National Golf Foundation)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골퍼 1562명당 골프장 하나고, 한국은 7777명당 하나다. 이 통계에 한국 골프장 수가 810개로 돼 있는데 실제 한국 골프장은 600개에 미치지 못한다. 그걸 감안하면 한국은 골퍼 1만 명당 골프장 하나 정도 될 것이다. 한국은 골프장 대비 골프 인구가 세계 최대다. 압도적으로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