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는 문해력을 ‘최소문해력’과 ‘기능적 문해력’으로 나누어 정의한다. 최소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글씨를 쓰는 기초 능력을 뜻하고, 기능적 문해력은 글자로 이뤄진 의미 덩어리, 즉 글을 읽고 이해하고, 쓰고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두 가지 문해력 모두 ‘읽기’만큼 ‘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hello! Parents가 만난 4인의 전문가들은 문해력을 ‘커뮤니케이션 역량’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비춰보아도 쓰기는 읽기만큼 중요하다. 읽기가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누군가를 이해시킬 목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해야 소통하고 협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문해력 논의는 아직 ‘읽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hello! Parents 문해력 집중 해부 4편에서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쓰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서울대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수 모임의 일원으로, 9년간 글쓰기 중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다.
“글쓰기 수업도 아닌데 왜 매시간 학생들에게 글을 쓰게 하냐”는 질문에 박주용 교수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인 윌리엄 진서의 말을 인용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글을 써오라고 하는 것은 너의 생각을 가져오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주용 교수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매 수업 주어진 읽을거리를 읽고 글을 써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친구의 글에 A·B·C 등의 학점을 부여해 평가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이 될지 제안도 해야 한다. 그럼 친구는 그 제안이 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다시 평가한다. 고강도 글쓰기 수업 같지만 심리학 전공 수업이다.

박주용 교수가 서울대 한 강의실에서 자신의 수업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9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매 수업 글쓰기 과제를 제출하게 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배워야 할 개념이 많은 전공 수업을 굳이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가 뭔가요?
- 굳이 교수한테 그런 개념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