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수퍼 히어로 ‘데드풀’이 운영하는 축구팀 렉섬 AFC를 아시나요?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영국 웨일스의 작은 광산 도시를 연고로 활동 중인 잉글랜드 5부리그 소속 무명 팀입니다. 1864년 창단해 무려 1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지만 창단 연도 이외엔 딱히 내세울 게 없다 보니 국내는 물론, 영국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잘것없던 렉섬 AFC가 요즘 안팎으로 뜨겁습니다. ‘데드풀’의 주인공인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가 구단을 인수한 뒤 나타난 변화입니다. 축구팀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렉섬 지역사회도 함께 꿈틀대고 있습니다. 과거 렉섬이 하부리그로 강등을 거듭하자 지역경제가 함께 휘청댔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죠.
연고 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축구팀과 함께 울고 웃는 영국 특유의 ‘축구 중심적’ 사회상을 영국 남자 짐 불리가 소개합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웨일스 북부의 작은 광산 도시 렉섬을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매컬헤니가 이 도시의 축구팀을 인수한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제 렉섬이라는 팀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FIFA 축구 게임에도 렉섬은 등장한다. 손흥민(31·토트넘)조차도 이 팀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의 주연 배우로 명성을 떨친 레이놀즈는 동료 배우 매컬헤니와 함께 2021년 우리 돈으로 30억원에 잉글랜드 5부리그 축구팀 렉섬 AFC를 인수했다. 이 과정을 논픽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미국의 유료 채널 FX에 방영했다. 할리우드 스타가 열악한 축구팀을 인수한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렸다. 손흥민도 이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 SNS에 렉섬 팬을 자처하는 글을 올렸다. – 역자 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한국에도 소개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은 레이놀즈와 매컬헤니가 이 팀을 인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축구팀이 영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역에서 축구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등장하기 전, 렉섬 AFC는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잘 알려진 축구팀이 아니었다. 그래서 렉섬이 실제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팀이라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경주장(the Racecourse Ground)’이란 이름이 붙은 렉섬의 홈구장은 1807년 개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규격의 축구 경기장이라는 사실도 놀랄 만하다(1864년 창단해 올해로 159주년을 맞이한 렉섬은 전 세계 축구 클럽을 통틀어 열 번째로 오래된 구단이다. 현재 운영 중인 프로축구팀 중 세 번째로 긴 역사를 가졌다. - 역자 주).

잉글랜드 5부리그 클럽 렉섬을 인수해 운영 중인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왼쪽)와 롭 매컬헤니. 두 사람은 2019년 렉섬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