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암 걸려도 수술했다…말기 위암 파이터, 노성훈

  • 카드 발행 일시2023.03.01

37년간 1만1000여 건의 암 수술, 본인은 후두암, 부인은 암으로 떠나고….

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이다. 노성훈(69)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특임교수는 암에 파묻힌, 위암과의 싸움에 미친 외과의사다.

위암 수술 1만1000건. 

아무도 오르지 못한 대기록이다.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그렇다. 위암 다발국 일본·중국에도 없다. 앞으로도 쉬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기네스북에 올리려 했더니 인체 수술은 윤리적 조항에 걸려 안 된다고 한다.

노성훈은 1987년 위암 메스를 잡기 시작해 37년간 칼을 놓은 적이 없다. 2014년 후두암에 걸려 물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식도가 헐었을 때도 메스를 놓지 않았다. 2005·2006년 한 해 600건을 수술하며 정점을 찍었다. 고희(古稀·70세)를 앞둔 요즘도 연 250~300건을 한다. 화·수요일엔 하루 세 명 수술하고, 금요일엔 한두 명 할 때가 있다. 월·목요일에는 외래환자 진료를 한다.

노성훈이 담당하는 환자는 대부분 진행성 위암(전이가 진행 중인 2~4기 환자)이다. 위암은 위 점막에 생긴다. 음식물이 닿는 부위다. 위는 점막-점막하층-근육층-장막층으로 돼 있다. 한국 위암의 70%가 점막이나 점막하층까지 침범한 조기 위암이다. 조기 검진 덕분에 초기에 빨리 잡아낸다. 조기 위암은 입으로 내시경을 넣고, 내시경에 장착된 절제용 나이프로 암 부위를 도려낸다. 그래서 내시경 수술이라고 한다. 외과의사가 아니라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한다. 노성훈은 이런 조기 위암은 거의 거들떠보지 않는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좀 시시하다’는 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