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질문에 환자들 놀란다, 폐암 잡아내는 ‘명의 권오정’

  • 카드 발행 일시2023.02.15

더 물어볼 것 없으세요?

어찌 보면 환자가 당연히 들을 수 있는 말 같지만, 언제부터인가 ‘큰 병원’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들어진 친절이다. 의사 권오정(65)은 그러나 환자가 진료실을 나가기 전 반드시 이 질문을 건넨다. 그 말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명예원장인 권오정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드리면 환자가 훨씬 좋아하시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런 부연 설명을 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한 교수가 환자 만족도에서 항상 꼴찌를 했답니다. 그런데 진료 끝에 ‘더 궁금한 것 없냐’고 한 번 더 물으라는 조언을 들었대요. 조언대로 한 이후 그 의사의 환자 만족도가 상위권으로 올라갔답니다.” 권 교수의 진료 방식이 맞았다는 걸 그 사례를 통해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이 환자의 신뢰를 만든다

친절한 성품의 영향이었을까. 권 교수는 폐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은 명의다. 그는 영상의학과 등과 함께 폐암 여부를 판단하고 폐암이 얼마나 퍼졌는지 병기를 결정해 치료 파트로 환자를 보내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탓에 대부분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그만큼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절망감이 크다. 권 교수가 환자와의 라포(rapport·신뢰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유다. 그 관계가 절망에서 환자를 끌어올리고, 의사를 신뢰하며 끝까지 치료 과정을 잘 따르게 이끄는 힘이라고 믿는 것이다.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에게 궁금한 게 없는지 꼭 물어보는 것도 그 힘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와의 라포(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후배들은 “환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을 따른다. 우상조 기자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와의 라포(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후배들은 “환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을 따른다. 우상조 기자

한창 신환(신규 환자)을 많이 보던 시절, 권 교수가 두 가지를 꼭 묻고 차트에 적었던 것도 같은 맥락의 노력이었다. 그는 환자의 직업과 출신을 꼼꼼히 기록했다. 직업을 묻는 건 환자를 존대하기 위해서였다. 권 교수는 “호칭이 굉장히 중요하다. 선생님이면 선생님이지, 절대로 ‘OO씨’라고 안 부른다”고 했다. “의사가 낮춰야 환자가 높게 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출신을 묻는 이유에 대해선 “충청도면 ‘우리 고향 분이네. 잘해드려야죠’ 한마디 하면 확 달라진다”며 “대구면 우리 큰집이 대구인데 하고, 부산이면 우리 동서가 살고, 제주도면 누나가 살고. 이렇게 따지면 다 우리 동향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진료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느냐는 기자의 우문에 이런 현답이 돌아왔다. “한두 마디 더 한다고 진료 시간이 길어지지 않아요. 초반에 공들여 환자와 라포를 만들게 되면 환자가 믿고 따라 길어질 진료도 짧게 끝나죠. 신뢰하지 않으면 말끝마다 ‘이걸 왜 해야 하는데요?’ 하고, 보호자를 불러서 설명해야 하니 더 길어지지 않겠어요.”

경고 신호 없는 폐암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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