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의 열풍이 거셉니다. ‘이수만 없는 에스엠(SM)’의 도화선이 된 데 이어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확대부터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속옷 회사인 BYC도 주주 행동주의의 타깃이 됐습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속옷 속에 숨겨둔 부동산’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소액 주주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BYC에 주주제안서도 보냈죠. 트러스톤은 BYC 외에도 태광산업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도 벌이고 있습니다.
BYC와 태광산업, 두 회사 모두 한국 산업계에 손꼽히는 ‘장수기업’입니다. BYC는 1946년, 태광산업은 1950년 창업했습니다. 상장 시점도 1975년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큰 형님’ 격입니다. 숱한 위기를 넘기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니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수십 년간 사업을 일궈온 대주주 일가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트러스톤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이원선(53) 트러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나 물었습니다. 그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주주환원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상장하지 말고 대주주의 돈만으로 사업을 꾸렸어야 했다”는 겁니다.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전민규 기자
주가 말고 다 좋은 회사, 그래서 BYC·태광산업 투자
BYC와 태광산업은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입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BYC 62.68%, 태광산업 54.53%입니다. 트러스톤의 지분율도 BYC 8.99%, 태광산업 5.88% 등으로 높은 편이죠. ‘이수만 없는 SM’을 만들었던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보다 지분율이 높지만,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얼라인의 SM 지분율은 1.1%에 불과했지만, 상대적으로 대주주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율은 18%로 낮았습니다.
- BYC나 태광산업을 행동주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뭔가요.
- 자체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평가한 뒤 변화 중이거나 변화가 필요한 기업만 골라 투자하고 있습니다.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은 이미 주가에 이런 점이 반영됐으니 제외합니다. 태광산업과 BYC는 변화가 필요한 기업이죠. 예를 들면 태광산업은 가진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7배에 불과합니다. 배당 수익률이 아닌 배당 성향은 0.3%에 불과합니다. 회사 이익 등 모든 게 다 좋은데 주가만 엄청나게 저평가돼 있습니다. 지배구조의 문제만 해결되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습니다.
- 두 회사 모두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습니다.
- 얼라인이 상대적으로 쉽게 성과를 내는 걸 보면서 우리가 너무 어려운 상대를 선택했나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