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00, 부산쪽 12개” 2003년 최태원 진술서 보니 ⑦

  • 카드 발행 일시2022.12.19

7회. SK 최태원·손길승·김창근 진술로 본 CD 11장 전달 경위

이른바 ‘불법 대선 자금 수사’의 씨앗은 서울지검 형사9부 이인규 부장검사(현 변호사)와 한동훈 검사(현 법무부 장관)가 2003년 3월 9일 ‘검사와의 대화’ 날, 한적한 검찰청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녹음한 자료였다. SK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여야에 총 130여억원을 줬다”고 무심결에 털어놓은 진술이 고스란히 담겼다.

송광수 총장은 취임 직후 대대적으로 수사하려 했으나 현대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인해 늦춰졌다. 그러나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먼저 대선 자금 수사팀부터 구성했다. 7월 초 대검 연구관이던 조재연 검사가 투입됐고 7월 말 해외 연수를 갔다 막 돌아온 정준길 검사를 파견받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정준길은 당시 파견 발령 통보에 비행기를 타고 급거 상경, 대검 중수부에 도착했다. “그날 손길승 SK그룹 회장 겸 SK해운 대표이사,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당시 사장)이 조사실에서 대기하고 있어 무슨 일인가 무척 긴장했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최고경영자 두 사람과 그룹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의 당시 진술서를 입수했다. 조사 및 작성 시기는 2003년 8월 18일~10월 3일 사이였다. 최태원 1차례, 손길승 2차례, 김창근 3차례 진술서다. 남기춘 중수1과장, 조재연·정준길 검사가 사안에 따라 돌아가며 신문했다. SK그룹의 여야 130여억원대(※한나라당 최돈웅 재정위원장 100억원, 대통령 측근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11억원어치 CD, 민주당 이상수 선대위 총무본부장 20여억원) 자금 제공 혐의가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송광수 검찰’은 이들 세 사람의 진술을 통해 SK그룹의 대선 자금 제공 이유와 과정을 구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