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거절하면 다음은 쉽다”…靑 요청 세번 거절한 송광수 ⑥

  • 카드 발행 일시2022.12.13

6회. “한번 거절하면 다음은 쉽다”…세 차례 '노(NO)'라고 말한 송광수

SK그룹의 여야 대선 자금 제공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본격 내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건 2003년 9월 초였다. 그즈음 송 총장의 집으로 청와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노 대통령의 걱정도 커졌던 모양이다. 송 총장의 기억이다.

“세수를 하고 있다가 받았더니 노 대통령이 ‘총장님, 바쁘겠지만 대한민국 선거라는 것이 돈이 참 많이 듭디다. 언제 한번 들어오셔서 그 문제를 상의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요.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기업에서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자금 추적을 계속하던 중이었어요. 잠시 생각하다가 ‘대통령님 그런 문제의 의논 상대로 저를 생각해 불러주시는 것은 감사한데 저희들이 혹시 대통령 선거자금에 대해 수사할 일이 생기고 제가 대통령님을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민들이 수사 결과를 믿어 주겠습니까’라고 완곡히 거절했죠. 그랬더니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 생각도 맞네요. 알았습니다’라고 하고는 끊었어요.”

 2003년 4월 3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식. 중앙포토

2003년 4월 3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식. 중앙포토

대통령이 들어오라는데 안된다고 직언한 검찰총장도 기개가 있지만, 그 직언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인 노 대통령도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송 총장이 권력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비슷한 사례는 더 있었다. 송 총장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적절한 만남 요구는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권양숙 여사가 송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었다. 노건평(노무현의 형)이 경남 거제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구조라리 일대에 보유한 주택 두 채와 커피숍 등 12필지 2132평 관련 의혹이 신문에 날 때인 2003년 5월께였다. 노건평이 1998년 원주민인 것처럼 주택신축허가 신청 서류를 작성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 허가를 취득하고 주택을 신축한 것이 편법 아니냐는 것이었다. 권 여사는 “총장님이 한번 청와대에 들어오셔서 저하고 상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광수는 “저희들이 혹시 수사할지도 모른다. 수사의 주재자와 상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다. 권 여사는 “알았어요. 제가 몰라서 그랬어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대통령 부부의 만남 요청을 모두 거절한 것이다.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던 송두환 특검이 2003년 6월 대통령에게 수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선자금 수사 지휘선상에 있었던 A변호사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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