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학개미’ 못지않게 ‘크립토 개미’(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개인)도 시련을 겪었습니다. 5월 테라·루나 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죠. 지난달에는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암호화폐 투자 생태계의 위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지난 8일에는 유통량 조작을 이유로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개발한 위믹스 토큰을 상장폐지했어요. 암호화폐, 이거 정말 투자해도 되는 자산 맞아? 신기루나 사기 아냐?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죠.
최근 암호화폐 시장 상황은 2000년대 ‘닷컴 버블’에 비교되기도 합니다. 당시 인터넷이 만들 변화의 방향은 명확했지만, 시중 자금이 인터넷 벤처 생태계에 과도하게 쏠리다 보니 시장 붕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스코·퀄컴·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 주가는 2002년 고점 대비 80~90% 폭락했죠. 블록체인 생태계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각광받는 블록체인 기술은 결국엔 살아남겠지만, 사라진 닷컴 기업들처럼 일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기며 퇴장하겠죠.
그럼 어떤 암호화폐가 살아남을 것인가. 내년에도 암호화폐의 겨울(크립토 윈터)은 계속될 것인가. 앤츠랩은 장경필 쟁글 리서치팀장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장 팀장은 삼성증권에서 주식시장을 분석하다 2019년부터 리서치 분야를 암호화폐로 바꿨습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신기한(?) 일을 하고 있죠.

장경필 쟁글 리서치팀장. 그는 “내년에도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진영 기자
- 최근 사건부터 짚어보죠. 지난 7일 법원은 위메이드가 제기한 위믹스 상폐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위믹스는 국내 거래소에서 최종 퇴출됐어요.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로서 상폐 과정을 어떻게 지켜봤나요?
- 배경부터 살펴보면 위믹스 상폐 결정은 유통량 조작 논란에서 출발했습니다. 위메이드가 코인 유통량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밝힌 위믹스 유통량은 3억1800만 개였는데, DAXA에 제출한 유통량은 2억4600개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위믹스를 거래소에 공시한 것보다 과다 유통했다는 것이죠. 다만 위메이드는 이 과다 유통 문제를 시정하라는 DAXA의 요구를 반영해 위믹스 유통량을 낮췄어요. 최종 상폐 결정에서 이런 점이 고려되진 못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선 상폐 사유가 해소되면 주식 거래가 재개되지만, 위믹스는 그러지 못했죠.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상폐 기준이 주식시장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암호화폐 유통량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로 보이는데, 개인이 과다 유통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폐나 유의 종목을 지정하는 기준은 거래소마다 다르고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아예 유통량을 공개하지 않는 암호화폐도 있고요. 개인이 화폐 발행자가 공시한 유통량과 실제 블록체인상의 유통량을 비교·분석하긴 어렵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리서치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