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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 이 책으로 위로해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7.15 06:00

어린이가 애지중지 키우던 초록 복어가 지난 주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땐 이미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린이는 대성통곡했습니다. “다른 초록 복어를 사주겠다”고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 복어는 초록이(무지개다리를 건넌 초록 복어의 이름)가 아니잖아. 엄마는 내가 없으면 나 대신 다른 어린이 키울 거야?”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식물과 곤충, 동물이 저희집을 거쳐 갔습니다.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대부분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어린이는 그때마다 집이 떠나가라 울었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며칠 동안 문득문득 초록 복어가 생각났는지 화를 내거나 시무룩해지곤 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바로 『오소리의 이별 선물』입니다.

오소리는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두더지와 개구리가 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걸 보면서 그걸 느끼죠. 힘에 부쳐 함께 달릴 수 없었거든요. 오소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어요. 죽는다는 건 예전만큼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몸을 두고 떠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친구들이 걱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었을 때 친구들 마음이 어떨까 싶었거든요.

오소리의 마지막은 정갈합니다. 달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추운 바깥세상을 가려 주는 커튼을 치고는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벽난로 앞으로 가 흔들의자에 앉아 잠이 들죠. 오소리는 예전에 꾼 꿈과는 전혀 다른 아주 멋진 꿈을 꿉니다. 긴 터널 앞에 지팡이를 내려놓고 터널을 향해 달리는 꿈을요.

“초록이가 마지막 순간에 슬펐을까?”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이는 아마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답답한 몸을 두고 홀가분하게 떠났을 겁니다. 오소리처럼 말이죠.

오소리는 슬퍼하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은 슬픔을 이겨 내기 힘들었습니다. 저희집 어린이처럼요. 그래도 시간은 흘렀습니다, 무정하게도 말이죠. 눈이 녹던 어느 봄날 친구들은 한데 모여 오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두더지는 오소리에게서 종이를 접어 두더지 모양의 사슬을 오려 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앞발이 모두 연결된 두더지 모양 사슬을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개구리는 스케이트 타는 법을, 여우는 넥타이 매는 법을, 토끼 부인은 생강빵 만드는 법을 배웠죠.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 오소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오소리가 가르쳐 준 그 일을 이제 매우 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 일을 가르쳐주곤 했죠. 오소리가 준 이별 선물은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앞발이 모두 연결된 두더지 모양 사슬을 오리는 법을 배웠다. 가위질을 할 때마다 두더지는 오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보물창고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앞발이 모두 연결된 두더지 모양 사슬을 오리는 법을 배웠다. 가위질을 할 때마다 두더지는 오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보물창고

“초록이가 준 선물은 뭘까?”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 복어는 질산염 농도에 아주 민감한 어종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습성이 깨끗한 편은 아니어서 지저분하게 먹고 똥도 많이 싼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물을 갈아주는 게 중요하다고요. 담수에서도 해수에서도 살 수 있는 어종이지만, 소금을 넣어 해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게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초록이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생명을 키운다는 건 그런 거 같아. 제때 먹이를 주고, 마냥 예뻐해 주는 거로는 충분하지 않아. 어떤 걸 해줘야 하는지 많이 공부해서 알아내고 그걸 해줘야 해. 초록이가 그걸 알려줬네.”

어린이는 아마도 곧 학교에서 또 다른 생명을 들고 올 겁니다. 초록이의 선물 덕에 그 친구는 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린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내서, 제가 아니라 어린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돕길 바랍니다. 그게 초록이가 저희에게 남긴 이별 선물이니까요.

언덕에 오른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고맙다"고 외친다. 그렇게 두더지는 슬픔을 이겨냈다. ⓒ보물창고

언덕에 오른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고맙다"고 외친다. 그렇게 두더지는 슬픔을 이겨냈다. ⓒ보물창고

· 한 줄 평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은 무엇일까?

· 함께 읽으면 좋을 죽음에 관한 그림책
『할머니가 남긴 선물』 죽음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망가진 정원』소중한 이를 잃은 이의, 짐작할 수 없는 아픔을 담아낸 수작(秀作)
『이게 정말 천국일까』 죽음에 관한 가장 경쾌한 이야기

· 추천 연령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더 어려도, 좀 더 커도 상관 없어요. 키우던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연령에 상관 없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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