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임팩트] 팬데믹이 부른 빅브러더...폰 위치·카드 내역 다 들여다본다

[코로나 임팩트] 팬데믹이 부른 빅브러더...폰 위치·카드 내역 다 들여다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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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서초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관내 3700여대의 CCTV 영상을 인공지능(AI) 식별기술로 자동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감염예방관리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감염이 의심되는 시민들의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2019년 말 전국 공공 CCTV 대수는 114만 8770대로 인구 45명당 1대꼴. 이 ‘정부의 눈’들이 시민들의 방역 준수를 감시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코로나가 바꾼 질서, 국가 vs 개인

#.3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 27일까지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으로 조회ㆍ수집한 개인정보는 14만 6053 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수는 총 5만 4073명이었다. 이들의 신용카드ㆍ교통카드 사용내역 등 일거수 일투족이 정부에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다. 질병청은 “수집한 개인정보의 폐기 지침은 아직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는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해 국경 봉쇄나 이동제한은 물론, 스마트폰 위치정보수집과 드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역 정책을 총동원한다. 동시에 국가 방역의 한계는 어디고, 시민 개개인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진다. 집단 감염병 사태가 불러온 ‘방역 국가화’가 ‘빅 브라더(조지 오웰의 소설『1984』의 독재자)’ 우려로 이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빅브라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빅브라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은 코로나19가 해외에서 유입되던 지난해 초, 국경 봉쇄 대신 확진자 동선을 표적 추적하는 3T(Testing, Tracing, Treatment) 방식을 채택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며 중앙 집권적 방역 시스템도 정교해졌다. 그해 4월 총선에선 비상사태에 단기적으로 정부 지지도가 올라가는 ‘국기 결집(rally-‘round-the-flag)’ 효과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정부ㆍ여당은 감염예방관리법을 세 차례 개정했고, 독립된 질병관리청도 만들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건당국이나 경찰은 방역을 이유로 이동통신사에 시민들의 스마트폰 GPS 위치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이상 발령 땐 각 지자체가 확진자 동선을 보도자료로 공개해야 하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 공개된 개인정보에 성명이나 주소 등은 제외해야 한다는 상세 규정은 지난해 말에야 마련됐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의 강력한 방역 통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불리한 정보는 감추고 비판 세력은 억제하려한다는 의심으로 연결됐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8월 보수성향 교회와 시민단체의 집회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며 이들 단체를 콕 집어 비판했다. 10월에도 집회를 이어 가려하자, 경찰은 서울 광화문에 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과잉 처벌 논란이 일었다. 개정안은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고의로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규정, 테러집단 수괴는 사형ㆍ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다. 2016년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발의ㆍ통과될 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전국민 사찰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서초스마트허브센터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청 내 센터에서 관내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초스마트허브센터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청 내 센터에서 관내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생명ㆍ건강권을 위해 여타 사회적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정부 조치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니얼 카우치 호주 모내시대 박사는 지난해 8월 ‘생명윤리연구’ 학술지 기고에서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의 예외 조치로 확장된 정부의 통제를 시민들이 체화하는 ‘자발적 복종’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자발적 복종’은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푸코가 창안한 개념으로, 국가의 감시와 처벌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 잡은 현상을 말한다. 신상털기ㆍ낙인찍기로 감염 자체보다 감염 사실이 공개되는 걸 두려워하고, 서로 감시ㆍ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 정부의 방역 정책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측면에서 과도하게 엄격하고 광범위하다”며 “정부의 조치가 ‘필요 최소한’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홍익대 법대 교수도 “정부에 윤리적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을 끊임없이 묻고, 요구하며 정부를 역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정ㆍ정진우ㆍ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코로나 임팩트 시리즈 기사

"韓 방역 광범위해 위헌 소지" "정부에 불리한 정보도 밝혀야"

코로나19 시대 국가의 기능과 시민권의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한국과 독일의 헌법학자를 각각 인터뷰했다. 인터뷰에는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김)와 미하엘 브레너 독일 예나대 교수(이하 브레너)가 응했다. 지난 달 24일과 28일에 거쳐 진행된 두 사람의 인터뷰를 요약해 재구성했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치명적인 감염병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언제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을 위한 정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수집한 개인정보의 활용 용도와 폐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치명적인 감염병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언제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을 위한 정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수집한 개인정보의 활용 용도와 폐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한국과 독일의 코로나19 상황과 정부의 방역 정책을 평가하자면.  
김=“평상시라면 위헌이었을 조치들이 비상상황에 예외적으로 용납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방역 조치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항의하는 재판청구가 2000건쯤 된다. 반면 우리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 기본권 침해 우려에도 국민이 방역대책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줬기 때문이다.” 
브레너=“코로나19의 높은 감염률과 사망률로 인해 독일 국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제한 조치들을 감내하려는 의지가 강한데,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점이 이유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백신 접종이)사망자가 약 3만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락다운(전면적 폐쇄)을 시행했다. 지난달 30일 현재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9만여명, 사망자는 3만2000여명이다.)
방역대책은 어떤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하나.
브레너=“국민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국민의 기본권과 충돌할 경우 헌법적 틀 안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기본권 제약의 정당성을 확보한 상황에서도 비례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또 국민은 기본권을 제약해야 할 사유가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사유보다 더 정당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만 이를 수용해야 한다.”  
김=“치명적인 감염병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언제든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여겨선 안 된다. 따져봐야 할 제1원칙은 정부의 조치가 ‘필요 최소한’이었는가다. 기본권을 덜 침해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침해되는 기본권과 보호할 공익 사이에 균형은 맞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하엘 브레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감시사회 우려에 대해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감시 필요성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근 독일에선 정부에 대해 투명한 정보 공개 원칙이 한 층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레너 교수 제공

미하엘 브레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감시사회 우려에 대해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감시 필요성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근 독일에선 정부에 대해 투명한 정보 공개 원칙이 한 층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레너 교수 제공

감염병 상황을 계기로 국가가 국민을 통제ㆍ억압하는 ‘빅 브라더’ 우려도 제기된다.
브레너=“독일의 경우 헌법상의 기본권들이 이런 상황을 철저하게 방지하고 있다. 또 독일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의 감시 필요성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며 감시 국가의 등장 가능성을 저지해 왔다.”
김=“신상과 이동 동선 등 사생활 정보 등 한국 정부가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들은 해킹 우려도 있고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집한 개인정보의 활용 용도와 폐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회 관련 상임위도 관련 정보의 처리 계획을 정부에 요구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글날(10월 9일) 집회 당시 경찰이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논란이 됐는데. 대면 예배 금지로 종교의 자유 침해에 관한 헌법소원도 진행 중이다.  
김=“조건부 허용, 일부 제한 등의 방법을 먼저 취했어야 한다.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선 그해 8월 행정법원은 집회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선 미 연방대법원에서 최근 공간 규모와 관계없이 예배 참석자 수를 제한한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식당과 달리 교회 예배에 대해서만 제한을 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종교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지금껏 써보지 않은 예산이 많아 국가 채무가 크게 늘었다’고 솔직히 고백해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
브레너=“독일에선 최근 투명성의 원칙이 굉장히 중시되고 있다. 독일은 법적으로 정보공개 청구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물론 정부 내부엔 비공개 영역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불편한 정보를 숨길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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