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투표 이후를 더 걱정하는 투표날

마지막 투표날이다. 역대급 정책 부재, 막말 공방으로 얼룩진 선거였지만, 이제 종착역에 이르렀다. 오늘자 모든 매체들이 1면 머리에 투표 독려 제목을 뽑고 있다. ‘당신의 한표가 결정할 내일’(동아일보), ‘당신이 바꿉니다’(한겨레), ‘투표의 힘을 보여주세요’(조선일보), ‘찍어주세요, 나쁜 정치의 마침표’(한국일보)같은 제목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3000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에게 오늘 저녁 6시까지 투표장에 나가기를 재촉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축제여야할 투표 날에 우리는 정작 투표 날 이후를 걱정한다. 여야가 국가와 공동체의 미래나 정책 보다는 과거 지향적 심판론에 집중해서 정치 혐오를 확산시킨 까닭일 것이다. 중앙일보가 1면 머리에 올린 장덕진 교수(서울대)의 칼럼 “그래도···‘내 일’을 해야 내일 온다”는 이번 총선을 ‘역대급 혐오의 선거’로 규정하면서 선거 이후를 걱정한다.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 역사적 인물들, 지역, 여성 등 ‘혐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혐오했다. 혐오하니까 심판한다는 선거판에서 투표율이 혐오의 정치와 동반 상승했다.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하고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자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고를 상기시킨다.

선거 결과를 염두에 둔 좌파, 우파 매체의 관점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내일 이후의 나라를 걱정하는 시각은 같지만 문책(問責) 대상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조선일보는 우파 논객인 윤평중 교수(한신대)의 기고 ‘투표하는 당신이 대한민국의 수호자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인정하면서도 “이재명·조국 식 응징정치가 부른 분노의 화염은 나라 전체를 태워버릴 수 있다“면서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겨레는 강성 진보 논객인 김누리 교수(중앙대)의 기명 칼럼 ‘과거 심판하고 미래 염려하는 투표를’을 내세워 ‘무능하고 무도한’ 윤석열 정부의 ‘거대한 퇴행’을 심판할 것을 촉구한다. 선택의 결과는 곧 드러나겠지만, 내일 이후의 세상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