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3월이 간다,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다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중략)/애들을 깨워서는/막힌 골목을 뚫고/봄을 마당에서 키운다(후략)”. 김광섭 시인의 ‘3월’은 이렇게 시작한다. 새봄의 길목인 3월의 설렘을 표현한 명시다. 모름지기 3월은 그래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맞고 보내는 3월은 다르다. 남녁의 꽃소식같은 화사함이나 따스함은 아직 멀다. 선거판이 된 골목마다 시끄럽고, 부끄럽다. 지난 겨울에 쌓인 독소들이 너무 많아 거나해진 때문일까.

오늘자 모든 매체들이 28일부터 시작된 4월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막을 머릿기사로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첫날부터 막말로 시작한 유세현장에 ‘혐오’, ‘심판’같은 용어들만 가득하다고 전한다. ‘비전’이나 ‘미래’같은 단어들은 들리지 않는다. 집권 2~3년차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기본적으로 정권의 중간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번 선거가 유독 혼탁하고 위험하다는 점에 큰 이견이 없다. 경향신문은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통해 22대 총선을 ‘무쟁점·혐오 선거’라고 규정한다. 비전과 희망보다 심판론이 여야의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비방과 혐오에서 맴돌고 있지만, 주권자는 총선 이후의 세상을 내다봐야 한다. 선거 결과가 나의 삶과 우리 현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남을 심판하기에 앞서 각당이 스스로 다수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유권자에게 밝히라고 요구한다. 한국일보는 첫날부터 막말로 시작한 선거판을 개탄하면서 상대를 저격하는 막말과 실언만으로는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막말과 혐오로 가득한 선거판이 김광섭의 시처럼 봄마중을 나가기는 어려워졌다. 결국 주권자들이 투표로 풀어야 한다. 3월이 간다.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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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사 | 구혜영 정치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