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환자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 마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러시안룰렛’.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의대 증원 문제를 그렇게 표현했다. 러시안룰렛은 자기 목숨을 담보로 건다. 그런데 총구가 왜 불쌍한 환자를 겨누고 있나. 무엇을 위해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무슨 이익을 얻나? 의사는 의사 수를 줄여서 무슨 이익을 얻나?

정부는 “조건 없이 정부와 대화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임 당선자는 “일고의 가치도,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의대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고,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파면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낙선운동까지 공언했다. 총선이 끝나도 이러고 있을 건가. 모든 신문이 임 당선자의 낙선운동 발언을 우려하며, 비판했다.

정부는 증원 이유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는 데는 이견이 있어도, 증원 필요성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한다. 증원 논리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반대 논리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없다. 사과부터 하라는 건 논리적 대화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대화 아닌 힘으로 이기겠다는 말이다.

임 당선자는 의대 정원 500~1000명 축소, PA 간호사 의사 역할 대체 금지 등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여러 가지를 공약했다. 의협 선거 과정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도, 국민의 머리를 겨누고 러시안룰렛을 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정부도 대화의 성역을 없애야 한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국민을 그만 협박하고 대화하라. 모든 신문이 반복하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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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 조처에 대해, 임 당선자는 “진일보한 조처”라면서도 “대화를 하려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대화 제의를 했던 정부도 ‘의사 집단에 굴복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발언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이래서는 한 발짝도 진전을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