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유동규씨 기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대장동 수사, 역사에 남을 '선진적' 수사

성남시장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 수사관들. [뉴스1]

기자 생활 27년째이고, 그중 절반 정도를 사회부에서 보냈습니다. 대장동 수사가 제가 직 · 간접으로 경험한 대형 사건 수사 중 검찰이 가장 ‘신중한’ 태도를 보인 건입니다. 검찰이 변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통상적인 검찰 수사와 이번 경우가 다른 점입니다.

①조심스러운 압수수색: 국민의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에서 검찰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해왔습니다. 검찰 로고가 새겨진 파란 박스를 들고 수사 대상자의 사무실이나 수사 대상 기관에서 나오는 검찰 수사관이 등장하는 사진이나 뉴스 영상이 수사 의지를 상징했습니다. 기자들은 기존의 ‘수사 문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 초기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전담 수사팀 수사 착수 16일이 지나서야 성남시청에 갔습니다. 시청을 압수수색했지만 시장실은 제외했습니다. 특히 신중했습니다. 수사 착수 23일째에 처음으로 시장실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②‘소신’ 수사: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지난달 26일에 서울중앙지검에 성남시청을 포함해 모든 대상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은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습니다. 김 총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사팀은 총장 말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수사한 게 됩니다. 과거의 검찰은 총장이 한마디를 하면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그 말에 따랐습니다. 수사팀이 성남시 고문 변호사였던 총장의 속마음은 다르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지만, 여하튼 바깥에서 보기에는 확실히 낯선 모습입니다.

③‘솔직한’ 수사: 검찰은 18일 공항에서 체포한 남욱 변호사를 20일에 풀어줬습니다. 체포 시한(48시간)을 4시간 남겨 놓은 상태였습니다. 수사팀은 “수사가 충분하지 않아서 일단 석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불충분이라고 밝히는 것, 정말 솔직한 태도입니다. 그동안의 검찰은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면 습관처럼 뭐라도 엮어서 영장 청구를 했습니다. 수사가 미진해도 티를 내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온 피의자에게는 자금을 뒤져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일단 구속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났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스스로 입국한 만큼 도주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주 우려도 없고, 딱히 확실한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었다면 왜 자진 출석하도록 하지 않고 공항에서 요란하게 긴급체포를 했느냐는 의문은 남습니다만, 체면에 연연하지 않고 깔끔하게 석방한 수사팀은 검찰이 달라졌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④‘보호하는’ 수사: 남 변호사 경우와 달리 유동규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불구속 수사 원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유씨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집에 왔을 때 자해 시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사팀이 그를 서둘러 구속한 것은 밖에서 떠들어 일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변 보호를 위해서 한 불가피한 조처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사팀은 유씨 집 앞에서 20분을 기다려줬습니다. 그 사이 유씨는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습니다. 조국 전 장관 수사 등에서 검찰은 마구 들이닥쳐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⑤신중한 배임죄 적용: 검찰은 어제 유동규씨에 대해 기소하며 배임 혐의는 뺐습니다. 구속 때는 적용했던 혐의입니다. 유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는 이재명 지사로 수사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과감하게 공소장 작성 때 그 부분을 제외했습니다. 이로써 이 지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크게 줄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배임 혐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재판에서 무죄가 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왜 그때(유동규씨 구속)는 배임이 맞고 지금(기소)은 틀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검찰 간부 한 명이 수사에서 배제가 됐다고 하는데 ‘그가 배임죄 적용을 주장해 문제를 일으켰던 아닌가’라는 의심이 듭니다.

대장동 수사 비판에 ‘문 워크’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 가는 모습인데 실제로는 뒤로 가는 마이클 잭슨 춤 같다는 뜻입니다. 수사팀은 이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권을 아주 조심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검찰은 수사하지 않게 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보는 여권의 뜻과도 부합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이런 수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너무 달라져서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 결과로 특검 수사 요구 여론이 잦아들지를 않습니다. 정권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선진적’ 수사가 이래서 힘듭니다.

유동규씨 기소 내용을 살핀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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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과학자 '병풍' 세운 청와대

누리호를 발사한 나로우주센터에서 어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통제실에 이벤트 기획사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방송 중계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느라 난리였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를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나 누리호 발사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대통령의 성명 발표 뒷배경이 허전하자 기획 책임자가 누리호 발사를 담당해 온 과학자와 기술를 ‘병풍’으로 세웠습니다.   이런 후진적 ‘쇼’가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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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현희 위원장의 황당 발언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주무부처다. 그 누구보다 청탁금지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준수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의 기관장이 법을 뿌리째 뒤흔드는 궤변을 대놓고 말한 셈이다.>   전현희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는 중앙일보 사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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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을지문덕 장군이 통탄할 일

 ‘수 양제가 고구려를 정벌했다.’ 중국 교과서에 이렇게 기술돼 있다고 합니다. 살수대첩으로 수의 공격을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이 하늘에서 가슴을 칠 일입니다. 중국 교과서에는 ‘경복궁의 구조와 양식은 중국 황궁의 복제판’, ‘발해는 당의 지방 정권’ 등의 허위 사실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자체도 문제이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에 이런 일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왜 이리 일본과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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