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위험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마스크·백신·요소수, '무능 공식'이 똑같습니다

요소수를 사기 위해 줄선 사람들.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초 언론이 마스크 품귀 사태를 예고했습니다. 국산 KF 마스크가 인편으로, 화물로 중국으로 마구 넘어갈 때였습니다. 마스크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수급을 국민이 걱정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수요가 급증해 수입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선심을 쓰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겪은 그대로였습니다. 찬 바람 맞아가며 긴 시간 동안 줄을 서 한 주에 2장으로 제한된 마스크를 돈을 내고 배급받아야 했습니다. 원성이 드높자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공급이 다소 원활해지자 정부는 ‘기민한 대응’을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K-방역 성공 신화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문제도 유사한 경로를 거쳤습니다. 영국, 이스라엘, 미국이 선도적으로 제약사에서 백신을 구입할 때 한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은 백신 대신에 치료제 얘기를 자꾸 했습니다. 확진자가 폭증해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백신 계약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참 늦은 때였습니다. 손가락질이 쏟아지자 정부가 사과했습니다. 온갖 난리 끝에 백신 수급 문제가 다소 풀리자 정부는 총력 대응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 신호 무시→예측된 사태 발생→사과와 뒤늦은 대처 시작→정부의 대응 자찬. 전형적 패턴입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장병 코로나19 집단 감염 때도 그랬습니다. 정부가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했고 대응에도 서툴러 승조원의 90%인 272명이 감염됐습니다. 국민은 참담해 하는데 정부는 ‘성공적 후송 작전’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요소수 대란도 똑같습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을 잘했다”고 말했습니다. ‘아Q’를 능가하는 ‘정신승리’입니다. “졌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무능함에 무책임까지 포개집니다. 설상가상입니다. 마스크, 백신, 파병군인 집단 감염, 요소수 사태에 그 어떤 책임자도 문책을 당한 일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현 정부에서 아무 일을 안 해서, 또는 일을 그르쳐서 자리에서 쫓겨난 고위 공직자가 거의 없습니다. 긴장 속에서 조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뒤늦게 호들갑 떨며 사후약방문만 잘하면 칭찬받습니다.

오히려 문제의 조짐을 발견하고 제 할 일 열심히 하면 권력의 미움을 삽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그랬습니다. 이들은 무책임, 무소신 공직자 집단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됐습니다.

‘일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미적거리며 문제를 회피한다.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금융 위기나 지정학적 위기 혹은 대기업의 사활이 걸린 위기 앞에서도 인간의 본능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직면하는 거대한 위기들은 그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미적거림이 결합되어 충격을 가중시킨다.’ 미셸 부커가 『회색 코뿔소가 온다』에서 말한 위험 확대 원인입니다. 우리의 국정 책임자는 그 미적거림에 매우 관대합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은 사태 수습을 ‘훌륭한 대응’으로 포장하는 데는 유능합니다. 그 결과로 고통은 오롯이 국민 몫이 됩니다.

요소수 난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상태를 진단한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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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부동산도 늘 뒷북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실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법인, 외지인이 집중 매수한 사례가 주요 대상이다. ‘뒷북 조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시가 1억원 매매 쏠림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와 법인의 취득세율을 8~12%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다.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은 중과세율 적용을 제외했다. 투기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지방의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광풍이 불었다.> 마스크, 백신, 요소수처럼 부동산 역시 언제나 ‘뒷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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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활근로에 몰리는 2030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자활근로에 참여한다. 자립을 돕기 위한 장치인데 그동안 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 수급자나 차상위자가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20,30대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0대 자활참여자는 4284명으로 2017년의 두 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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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 넘은 대출금리 폭리"

<관치(官治) 금융과 은행의 폭리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 시민의 눈높이로 볼 때 최근 급격한 대출 금리 인상은 ‘관치 금융과 은행 탐욕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6~5.26%로 지난해 말 2.69~4.20%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연내 최고 6%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한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집값을 꺾는 최후 수단으로 금융위가 대출을 조이라고 은행에 압박을 넣고, 은행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인 결과가 아닌가.> 중앙일보 사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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