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주 <13호>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6) 2019.12.30
우리집 순자산은 얼마일까

기업에서는 자산은 부채 + 자본으로 분류한다. 부채 역시 회계적으로는 자산에 포함이 된다.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받다가 구제책이 없다면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주식과 채권은 거의 휴지 조각이 되면서 상법상 청산되고 만다.

하지만 가정은 단지 돈 때문에 해체 될 수 없다. 가정은 혈육이고 생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경제는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가정경제 현장에서 상담을 해 보면 실제로 본인 가정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또한 제법 괜찮은 소득과 투자이익을 보면서도 그만큼 씀씀이가 커지거나, 또 다른 부채로 무리한 투자를 반복하면 외형상 자산은 커지지만 부채도 함께 늘어나 정작 순자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20년을 여는 새해 첫 달 꼭 한번 해 볼 것은 우리 가정의 순자산 파악하기다. 어렵지 않다. 넓은 백지에 큰 모양의 T 자를 그리고 왼쪽 위에 ‘자산’ 오른쪽에는 ‘부채’라고 적는다. 그래서 자산에는 첫 번째로 부동산 항목을 적고 주택 등 부동산 시세를 적어본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경우라면 임차보증금 이라는 항목으로 적으면 된다. 갖고 있는 예금·적금 등의 총액을 예금자산이라고 적고, 주식이나 펀드가 있다면 투자성 자산으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자산이라는 항목으로 현 시세를 감안해 적어본다.

오른쪽 부채항목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항목으로 적어본다.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할부원금 등 미결제잔액을 확인해 부채항목에 기재를 해 본다. 내집을 전세로 내어주고 있다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임대보증금이다. 내 주어야 할 보증금이기에 부채 항목에 기재를 해야 한다.

이렇게 양쪽에 자산과 부채를 어느정도 적었다면, 각각의 합계를 맨 아래 적는다. 그리고 나서 오른쪽 부채합계액 밑에 ‘순자산총액’ 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금액을 적으면 된다.

6개월에 한번씩은 순자산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매월 저축을 하거나, 꾸준히 빚을 갚고 있다면 순자산금액은 늘어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순자산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가계부를 쓰는 것도 더욱 힘을 발휘하고 가정의 재무목표도 명확해진다. 가정경제의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가정경제 상담의 현장에서 제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가정경제를 이루자’,‘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다’는 가정경제의 순자산을 키워가자는 제안이다. 나라경제, 세계경제는 불안해도 가정경제 만큼은 건강한 체력을 갖추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순자산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가정의 ‘자원’이다. 특히 중노년 세대일수록 소득은 줄어들고 재테크로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개인과 가정의 자원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은 현상적인 상황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자원은 내재적으로 우리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 이다. 자산이 많지 않아도 검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경제자원이고, 자식농사 잘 지으신 장성한 자녀들도 귀한 자원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일 할 수 있는 열정과 건강이 있다면 그것도 자원이고, 평생의 배필로 곁에 있어준 아내와 남편도 서로에게 무엇보다 값진 인적자원이다. 정년퇴직 후 찾아온 낯선 여유도 내게 주어진 시간자원일 것이며, 작지만 저렴한 임대료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임대아파트의 안락함과 지역 복지시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도 어떤 이에겐 좋은 주거환경자원 일 것이다.

행여나 자산이 적다고 주눅 들지 마시고 스스로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발견하면 좋겠다.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다. 수고로운 삶으로 이뤄 온 자산과 자원을 함께 지키고 키워가는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을 응원한다.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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