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주 <93호>

칸노 사나에라는 60대 여성은 매년 100kg의 물건을 처분합니다. 80대 한 남성은 앞으로 3년간 옷과 잡화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가지는 것 대신 버리는 것을 선택한 이들, 비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물질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인생 후반기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형종 필진이 비워야 비로소 채워지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1) 2021.07.11
65세부터는 소유물을 줄이고 슬슬 정리하는 시간


전 세계의 인구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2050년에 65세 이상의 세계인구는 16억 명(전체의 6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한 고령자 시장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생의 최후까지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니어도 급증하고 있다. 국가마다 사회환경과 법률은 다르지만, 고령자가 직면하는 문제는 똑같다. 어느 나라의 고령자나 적어도 70세가 넘으면 죽음을 생각하고 사전에 대비하려고 한다. 이들은 추억이 어린 집이나 소유물을 버리고 작은 주거지로 이사할 것인지, 만일의 경우 연명치료를 어느 정도 희망할지, 유언과 상속은 어떻게 할지 등을 생각한다. 최근에는 사후 장례와 매장의 형태까지도 사전에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겪는 현상도 보인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재산관련 서류에서 주소목록, 사진 등 중요 자료를 인터넷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으로 친족, 지인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추억사이트를 만들고, 본인의 영상과 목소리로 유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가상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런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유산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일부러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몇 년전 스웨덴 여성 마가레타 매그누손이 쓴 『스웨덴식 생전정리의 예술(The Gentle Art of Swedish Death Cleaning: How to Free Yourself and Your Family From a Lifetime of Clutter)』이라는 책은 대중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영문판으로 출판되기 전에 뉴욕타임스·영국 가디언 등 주요 미디어에서 소개되었고,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는 정리 정돈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제 체험에서 얻은 지혜로 인생만년에 소유물을 버리는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지금까지 부모와 남편 등 가까운 가족을 잃었을 때 경험을 근거로 쓴 것이다. 사망 후에 유가족이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고, 본인도 물질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인생 후반기를 보내기 위해 오랫동안 보관한 소유물을 정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사후에 소중한 사람에게 부담을 남겨주지 않아야 한다는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일본의 ‘종활(終活)’과 유사한 사상이 들어 있다.

스웨덴어의 ‘döstädning’라는 말은 영어로 ‘Death Cleaning’이라는 의미다. ‘dö’는 ‘죽음’, ‘städning’은 ‘청소’를 의미한다. 사람에게 죽음이란 불길한 일이지만,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가족이 유품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전에 죽은 후를 예상하면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즉 유품을 정리하는 유가족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부담이 될만한 것은 과감히 버린다는 것이 기본적인 사고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이 물건을 둔다면 누군가가 좋아할 것인가’를 자문하는 것이 생전 정리를 할 때 버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핵심포인트라고 지적한다. 매그누손은 생전 정리를 하고 나서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상자에 대해 언급한다. 편지와 사진 등 개인적인 추억거리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지만, 다른 가족에게는 필요하지 않는 물품이라고 말한다. 또한 생전 정리는 40세부터 일찍 시작할 필요 없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모으는 습관을 고치고, 정리 정돈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65세 시점부터 생전 정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현재 80대인 매그누손은 지금까지 계속 생전 정리를 해왔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생전 정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전 정리는 ‘단사리(斷捨離)’라는 말과 상통한다. 단사리는 요가의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에서 유래한 말로 2010년 일본 유행어 대상에 선정되었다. 단사리란 자신과 마주하고 생활 속에서 진정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물건과 의복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고 쾌적한 생활을 얻을 목적으로 집착을 버리고 취사선택하고, 진정 필요한 것만을 하는 것을 말한다.

◆ 단행(斷行): 진정 필요한 것만 사고 필요없는 것은 단절한다.
◆ 사행(捨行): 집에 있는 필요하지 않는 것을 버린다.
◆ 이행(離行): 언젠가 사용할지 모른다는 집착에서 벗어난다.

현재 일본에서 단사리는 생활 전반을 정리 정돈뿐만 아니라 생전 정리의 실천방식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단사리의 사고를 통해 생전에 집에 있는 물품을 정리하고 생활을 정비할 수 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거나 물건을 줄이거나 처분하면서 자신의 사망 후에 남은 유족과 친족이 유품정리와 유산배분을 하기 쉽도록 한다.

2017년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인생의 최후기를 위한 종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오랫동안 소유한 물건을 버리는 단사리에 대한 답변이 눈에 띈다. 생전 정리 차원에서 차근차근 물건을 처분하는 사람도 있지만,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모친이 사망한 후에 남긴 유품이 너무 많아 한 번 정리하고도 많이 남았습니다.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을 처분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내가 떠났을 때 가능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되도록 소유물을 늘리지 않고,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여행을 할 때도 선물을 사지 않고 있습니다. 옷을 정리할 때도 입지 않는 양복은 처분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생전정리를 생각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50대 후반의 여성)

“장서는 마지막까지 갖고 있으려고 합니다. 문제는 많은 의복과 잡화인데, 앞으로 3년간 정리해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같이 전쟁을 겪은 세대는 물건이 없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다양한 물건을 구입해 주변에 두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아 간단히 처리할 수 없습니다.”(80대 남성)

칸노 사나에(67·독신여성)는 연간 100kg의 물건을 처분했다. 집안에 물건을 늘리지 않고 있으며, 항상 정리 정돈하고 있다. 10년 전에서 모친이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짐이 가득한 방안에서 모친의 은행통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 후에 모친이 간병시설에 입소한 뒤 모친의 집을 정리할 때 쓰레기 봉투 50개 분량을 처분했다. 자신도 사망하면 가족에게 폐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전 정리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5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전부 처분했다. 자주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 있는지 점검하고 처분하고 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벽장 속 옷장이나 각종 공간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메모를 붙였다. 다락의 봉지에 넣어둔 무거운 앨범 같은 물건은 내려놓았다. 물건만 정리한 것이 아니다. 간병 상태에서 매년 발송되는 200여 통의 연하장도 80장 정도로 줄였다. 모친의 간병이 힘들기 때문에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진정 소중한 사람만 교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례의 방법과 비용, 장례식에 부르고 싶은 사람의 명단, 희망하는 인생 계명 등은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것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공정증서로 준비해 동생에게 전달했다. 칸노 사나에는 생활 속에서 단사리를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 좋고, 결과적으로 생활이 훨씬 편리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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