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생일선물 잘 고르는 것은 초능력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2)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생일선물 추천’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는 이야기인데, 받는 사람의 기쁨을 위해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생일인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그럼 어떤 선물을 해야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선택지에 차라리 어버이날의 카네이션이나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같이 범위가 명확하면 오히려 고민이 덜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생일 선물이라는 것은 매우 감사한 문화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니, 평균 5개의 선물을 받는다고 하면 약 2억 5000만 건의 구매가 일어나는 것이다. 농담처럼 지나치게 단순화한 숫자이지만, 백화점에 선물 포장 코너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어릴때는 선물을 받고 싶어서 생일을 기다렸다. [사진 unsplash]

어릴때는 선물을 받고 싶어서 생일을 기다렸다. [사진 unsplash]

많은 생일 선물이 오가는 만큼, 기발한 생일 선물도 있다. 언젠가 TV에서 딸이 태어난 날을 기념하려고 그날의 신문들을 사 모았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딸이 어른이 되고 나서 선물로 줘 태어난 그날의 뉴스를 같이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나도 아이가 태어나는 날의 신문을 샀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생일선물로 줘 같이 볼 계획이다. 선물 받는 당사자가 기뻐할지는 모르겠다. 자칫 이 선물은 주는 기쁨이 더 클 수도 있겠다.

요즘 종이 신문 보는 독자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벤트로 신문을 쓰면 히트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인지 생일날의 신문을 모아서 보내 주는 서비스도 있다. 그 업체의 슬로건도 ‘신문을 활용한 신개념 감성 기프트’다. 고급스러운 상자에 그날의 신문을 포장해 보내주는데, 2015년 5월 이후의 신문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이들 생일선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신문으로 센스있는 생일 선물을 줄 수 있다 . [사진 unsplash]

신문으로 센스있는 생일 선물을 줄 수 있다 . [사진 unsplash]

어릴 적엔 생일을 1년간 기다렸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니 생일도 똑같이 출근하고 일하는 보통의 하루가 돼 버렸다. 조금 다른 건 카카오톡 프로필에 생일이 떠 예전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즈니스 미팅으로 한번 본 사람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생일 감추기 기능이 있다는데, 아마도 이런 때 쓰기 위해 생긴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생일이라고 알림이 가면서 카카오톡으로 생일선물을 받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처음에는 생일 축하 메시지만 보냈는데, 선물하기 기능이 활성화하면서 커피 한잔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생일이 있는 달에는 선물 받은 기프티콘으로 커피, 치킨, 아이스크림 등으로 풍족하게 지내지만 사실 이게 다 빚 같아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받은 만큼 준 사람의 생일에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주고받은 모든 것이 카카오톡에 기록된다.

더구나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구매하면 대부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금액보다 비싸다. 보통의 온라인 커머스처럼 프로모션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아마도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사용료가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매장에서 교환하는 기프티콘이 아닌 배송되는 선물을 보낼 때는 생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에 도착한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으로 커피 교환권 등 실용성 있는 선물을 쉽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는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사진 unsplash]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는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사진 unsplash]

그러나 생일선물은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놀라움’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사실 받는 이가 가장 좋아할 만한 생일선물을 하는 방법은 뭘 받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굳이 물어보지 않고 생일선물을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놀라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하고 싶어서다. 선물은 ‘내돈 주고 사기엔 아깝지만 가지고 싶은 것’을 찾아내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없는 한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결국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해 가장 좋아할 만한 선물을 유추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선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곧 아내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과 육아 모두 잘 해내고 있는 슈퍼맘 아내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은 선물을 찾고 있다. 매년 그녀가 기뻐할 만한 생일선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그래서 늘 손편지를 함께 쓴다. 혹시라도 생일선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손편지에 담긴 마음이 기쁘게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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