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아과 대란의 해법을 조명했습니다.


답 모르지 않는 소아과 문제 … 가만히 있으니 답답 

문제적 현실이 널리 알려졌고, 그 원인이 얼추 파악됐고, 이를 고치기 위한 해법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됐는데도 그대로인 게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문제 말입니다.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얼마 전 ‘응급실 뺑뺑이’ 끝에 5세 아동이 사망했습니다. 일찍 치료가 시작됐다면 목숨을 건졌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서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소아과 오픈런’ 기사가 연일 나옵니다. 의원 문 열기 전부터 가서 줄을 서는 부모가 많습니다. 어린이 입원 치료를 중단한 대형 병원들이 있습니다. 소아과 전공의 수요 대비 공급은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원인을 모르지 않습니다. 우선 저출산 현상 때문에 소청과 의사들의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소청과 개업의 수입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적습니다.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어 진찰과 처방에 따른 수가가 사실상 수입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진료가 힘듭니다. 어르고 달래야 진찰이 가능합니다. 소청과 의사에 불만을 제기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맘 카페에 글을 올려 의원 수입을 떨어트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을 닫는 개업의가 속출합니다. 피부, 비만, 통증 등의 분야로 옮겨 가거나 의사 일을 접습니다. 의원이 적어지니 문 연 곳의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집니다. ‘소아과 대란’이라고 불리는 어두운 현실입니다.

절대적 수입이 적지는 않다고 소청과 의사들도 이야기합니다. 일반 직장인의 두 배 이상 법니다. 그런데 다른 의사들에 비해 수입이 적습니다. 상대적 발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의 분야에는 비급여 진료가 많습니다. 그중 일부는 실손보험에서 상당 부분을 커버해 줍니다. 실손보험이 한국 의료에서 과잉 진료를 낳고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을 만듭니다. 이것을 정비하면 소청과 의사들의 박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