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플라이강원의 국내선 운항 중단사태를 계기로 양양국제공항 잔혹사를 들여다봤습니다. 


양양국제공항, 다시 ‘유령공항’ 되나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난 20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카운터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플라이강원, 먹튀 말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SNS에 올린 글의 제목입니다. 양양국제공항을 허브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인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 신청을 이유로 지난 20일부터 6월30일까지 국내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국제선은 이미 지난 3일부터 끊어졌습니다.

정치인 출신답게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원희룡 장관이 플라이강원을 “악질적인 사기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더군요. 이런 내용입니다. 

“플라이강원은, 회생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심지어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당일 아침까지도 예약금을 받아 챙겼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무책임한 것을 넘어, 악질적인 사기행위입니다. 플라이강원이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플라이강원 홈페이지에는 예약 항공권을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고 편도당 10만원/1인 10만원 이내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지가 떠있습니다. 원희룡 장관에 따르면 예약고객이 4만 명에 달한다니,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됩니다. 항공 교통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이 화를 낼 만합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무리하게 지역공항을 건설한 정부와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큽니다. 

양양공항은 1997년 착공해 2002년 개항했습니다. 활주로가 짧아 대형 항공기 취항이 어려웠던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을 대체하는 공항을 영동권에 세우자는 목적이었지만 이용 실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개항 첫해 21만7115명을 기록했지만 인구가 많지 않은 강원권의 한계를 넘기 힘들었습니다. 개항 초기부터 취항한 항공사가 잇따라 철수하면서 ‘무늬만 국제공항’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단 한 편의 비행기도 뜨지 않아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이 붙기까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