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타민] ‘러브레터’부터 ‘스즈메’까지…대중문화 개방 25년 日마니아의 힘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영화와 공연을 담당하는 나원정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러브레터’부터 ‘스즈메’까지…대중문화 개방 25년 日마니아의 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일본 대지진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스즈메의 문단속’이 전작들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쇼박스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난 1월 개봉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 달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이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3주차인 22일 현재 214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죠. 두 영화의 흥행을 두고 극장가에서는 “특별한 마니아층이 있는 영화가 잘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정 규모의 충성도 높은 관객이 꾸준히 극장을 찾게 만들어온 마니아 성향 콘텐트가 관객이 급감한 팬데믹 시기에도 통하는 효자 상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마니아층은 어떻게 형성된 걸까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은 기원이 분명합니다. 1990년대 농구붐을 일으킨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독자층인 30‧40대 남성관객이 개봉 초반 불을 지폈죠. 원작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연재 종료 27년 만에 연출에 참여한 극장판이란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슬램덩크』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인 1991년, 제한적으로 일본 만화 수입의 길이 열리면서 접했던 추억의 만화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리메이크된 『드래곤볼』 『공각기동대』 등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이 세계인을 사로잡던 시절이죠. 이노우에 작가가 2004년 『슬램덩크』 1억 부 판매 돌파를 기념해 직접 그린 주인공들의 초상화를 일본 6대 일간지에 자비를 들여 전면광고로 실은 일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일본 만화에 대한 추억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는 세대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1998년 한일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팬덤을 키워온 차세대 감독의 흥행 사례라 할 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