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새 책 소개와 서평을 담당하는 이후남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종이책·디지털·오디오…문해력도 '멀티'가 필요해

새로 나온 책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표지

몇 해 전 국내에서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저는 내심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책의 부피와 무게를 걱정하지 않고 다량의 책을 손쉽게 보관하고 휴대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보였죠. 게다가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구매 즉시 읽을 수도 있고요. 

한데 지금도 전자책으로 온전히 갈아타지는 않았습니다. 전자책으로 안 나온 책들도 있거니와, 같은 책도 전자책으로 읽다 보면 희한하게도 '읽었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죠. 편리함에만 끌렸을 뿐, 디지털로 읽기가 종이책 읽기와 어떻게 다른지는 미처 생각 못 했던 겁니다.

새로 나온 책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원제 How We Read Now: Strategic Choices for Print, Screen, and Audio)는 종이책과 디지털, 그리고 오디오북까지 아울러 매체별로 다른 읽기 전략의 필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언어와 학습에 미친 영향을 수십 년 연구해왔는데, 이 책에는 그 자신의 연구가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관련 연구 결과를 다양하게 그러모아 소개합니다. 

그중에는 종이책 애호가를 뿌듯하게 할 내용이 물론 있습니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같은 텍스트를 종이책과 디지털로 각각 읽게 한 연구입니다. 읽는 속도는 디지털이 종이책보다 빨랐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시험으로 측정해보니 디지털이 종이책보다 떨어졌습니다. 

이 책에 실린 용어를 빌리면 '피상화(shallowing) 가설'과 맞아떨어진 겁니다. 디지털 기기로 읽을 때는 종이로 읽을 때보다 정신적 노력을 덜 기울인다는 의미입니다. '얕은 읽기' 아니라 '깊은 읽기'에는 역시나 종이책이 제격이란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