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분들에게 뉴스레터 서비스 '뉴스내비게이션'을 보내드릴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현상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방적 주장과 편향은 가급적 배제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시사 문제를 바라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성원 부탁드립니다.


'블랙스완'의 날개 보여준 강원도 발(發) 금융 충격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지난주 서울 여의도 정가는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수사로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같은 여의도의 금융가는 강원도 발(發) 쇼크로 술렁였습니다. 춘천에 있는 테마파크 레고랜드 채권의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지급을 거부하면서 채권시장에 난리가 났습니다. 금융당국까지 급하게 나서야 했습니다.

사태의 시작이 조금 황당합니다. 전임 지자체장의 약속을 신임 지자체장이 뒤집으면서 사달이 났습니다. 강원도는 국민의힘 김진태 지사가 들어서면서 최문순 전 지사(민주당)가 벌였던 일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타깃이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입니다. 최 전 지사 시절,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서면서 이 증권은 시장에서 국고채 수준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이 증권의 만기일자(9월 29일)가 다가오자 돌연 김진태 지사는 GJC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출 만기 연장을 포기한 것입니다.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빚은 레고랜드를 매각해 갚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시장은 이를 강원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받아들였습니다.

강원도의 보증 약속을 믿고 이 어음을 매입했던 금융사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대비해 금융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내다 팔았습니다. 채권값이 떨어지고, 기업어음 금리는 뛰었습니다. 우량회사들이 발행한 채권까지 팔기 어려워졌습니다. 채권시장 '탠트럼'(발작) 조짐마저 보였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급하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채권안정펀드 여유자금 1조6000억원을 풀어 금융사가 판매하는 채권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악성 루머도 단속한다고 합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응과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