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초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남에 아우토반 만든다는데, ‘아우토반=무제한 도로’ 아닙니다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독일 아우토반과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 올해 세부 계획 마련을 위한 연구에 즉시 착수하겠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전남 무안군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였습니다.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 들어 있었고, 전남도청에서 이미 사전 연구비용으로 3억원의 국가 예산을 할당받았습니다.

저는 유럽 특파원 시절에 독일 아우토반에서 운전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요,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라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상식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도로 위에 제한 속도를 알리는 전광판이 수시로 나타납니다. 좀 달리다 보면 130㎞, 120㎞, 100㎞의 숫자를 계속 마주하게 됩니다. 사고 다발 지역, 안개가 자주 끼는 곳, 소음 민원이 많은 곳, 곡선 구간, 동물 출몰 지역, 차로가 줄어드는 곳 등에 이런 제한이 가해집니다. 시속 80㎞ 제한 구역도 이따금 나타납니다.

아우토반 중 속도 제한 구간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검색을 해봤습니다. 5년 전 로이터 통신 기사에 따르면 독일 교통부 장관이 “현재 분데스아우토반(이것이 정식 명칭입니다) 중 총 7640㎞에는 속도 제한이 있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교통부 장관이 이 말을 한 것은 속력 무제한 구역을 다 없애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내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전체 구간에서의 속도 제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수의 시민이 시속 120㎞∼140㎞ 사이에서 제한 최고 속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독일에서 아우토반 전 구간 속도 제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환경 문제 때문입니다. 환경 단체와 녹색당 등이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같은 거리를 초고속으로 달릴 때와 시속 120㎞ 정도로 달릴 때를 비교해 보면 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월등히 많다는 것입니다. 초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주 하게 되므로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