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영화ㆍOTT 담당하는 권근영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윤수일의 ‘아파트’와 함께 불린 피카소 ‘게르니카’, 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부는 갈대숲을 지나 /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아파트’(작곡ㆍ작사ㆍ노래 윤수일)

때 묻은 패딩 점퍼 껴입은 사람들이 아파트 앞마당에서 춤을 춥니다. 추임새는 물론 아재춤ㆍ막춤으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지금 우리 아파트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아파트가 아닐까 합니다”라는 주민대표(배우 이병헌)의 일장연설도 빠지지 않습니다. 한밤 조명을 받은 이들 모습이 낡은 복도식 아파트 외벽에 일렁일렁, 괴물처럼 기괴하게 비칩니다. 대표적인 회식송, 윤수일의 ‘아파트’는 난데없이 닥친 대지진에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기적처럼 아파트 한 동만 남은 서울에서도 불립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한 장면입니다. 아파트 덕분에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서로의 생존을 자축합니다. 이 와중에도 음주가무가 나오는, 아파트라는 소재만큼이나 지극히 한국적인 장면입니다.

노래 ‘아파트’는 잠실 개발이 한창이던 1982년 나왔습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사랑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현금을 융통해 재산을 증식해 나가던 희망찬 시대와 함께하며 불멸의 히트곡으로 남았습니다.

Pablo Picasso, Guernica, 1937, Centro de Arte Reina Sofia ⓒ Elliott Erwitt 1995. Magnum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