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전쟁에도 증시는 연일 오르는 이유

[Point.1] 냉정한 시장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으로 양측에서 2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고도 차가웠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 전쟁이 시작됐지만, 미국 증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4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폭락은커녕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마당인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리스트 제임스 메킨토시는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대해 “잔인한 진실(Brutal truth)”이라며 “대학살은 미국 고용 보고서에 나온 하나의 데이터 세트보다 시장에 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표현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전쟁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게 있었다는 건데, 바로 지난 6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 현황 보고서였습니다. 이 내용이 발표된 직후에 시장은 놀랐고, 이후엔 안도했습니다.

먼저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33만6000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17만개)의 두 배에 이르는 ‘서프라이즈’죠. 일자리가 늘었지만, 좋은 의미의 '서프라이즈'는 아니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더 어려워지는 결과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보고서 발표 직후엔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치솟고, 주가 지수 선물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뜯어본 시장 참여자들은 금세 안도했고, 채권 금리 역시 안정세를 찾았습니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도 반등에 성공했죠. 이유는 고용 호조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월보다 0.2% 올라 월가 예상치인 0.3%보다 낮았습니다. 실업률은 3.8%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고용 환경이 천천히 둔화하고 있다는 데 시장을 큰 의미를 부여했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습니다.

그 이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튀어나왔지만, 시장의 반등세를 꺾진 못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폭락을 겪었던 터라 시장의 반응이 의아하긴 합니다. 그때와 달랐던 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원유 생산국이 아니죠. 때문에 전쟁으로 9일(현지시간)엔 유가가 4% 이상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엔 유가가 급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주가도 내려 앉았었죠. 이번 전쟁의 경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론 ‘제3의 인플레이션 파고(wave)’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등세가 지속되는 건 Fed 주요 인사들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일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은 9일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의 긴축 상황을 인식하고 또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평가하는 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죠.

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증시에도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증시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번 전쟁이 원유 수출국인 이란 등 아랍권 국가들로 확전돼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경우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이란을 공격하면 국제 유가의 급등은 불가피하죠.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의 강경한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이란의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유가가 1달러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85달러 수준(11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 기준)입니다.

이란 배후설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이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죠. 이란 정부도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개입에 따른 확전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수립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마스의 공격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시아파 벨트'(이란과 이란에 우호적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정부)는 미국이 개입하면 보복하겠다며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Point.2]미워도 다시 한번, 연금보험

한때 연금 상품의 대세였던 '연금보험'이 연금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수수료(사업비)는 높은데, 수익률은 낮다는 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인데요. 가입 후 7~8년은 지나야 원금을 회복하는 구조 때문에 '가입하면 보험사와 설계사만 좋은 일 해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죠.

하지만 연금 전문가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노후 대비를 위해선 연금보험의 두 가지 투자 매력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바로 세 부담 없이 연금을 받는 ‘세제비적격’과 죽을 때까지 연금을 챙길 수 있는 ‘종신형 지급’ 구조입니다. 또 연금으로 수령하면 단리로 7% 약정이율을 보장하는 상품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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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 상품은 적립금을 많이 쌓을 목적보다는 장수 리스크 해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장수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한다면 사업비, 수익률 등도 같은 종신형 연금 상품끼리 비교하는 게 적당하죠. 다만 국민연금이 충분하고 주택연금에 가입할 의사까지 있어 종신형 재원이 충분한 상황에선 비싼 수수료를 내고 연금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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