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이제는 ‘진짜’ 찾기 전쟁!

혹시 리셀 플랫폼에서 정품보다 가격이 싼 제품 본 적 있나요? 공식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나 한정판 상품도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구할 수 있죠. 그런데 '진짜 정품이 맞을까'하는 걱정에 구매 버튼을 누르기는 망설여져요. 브랜드가 인증한 공식 판매루트가 아니다 보니 가품일 확률이 있고, 이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구매자의 몫이기 때문이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셀 플랫폼의 핵심 역량은 얼마나, 잘 '진짜'를 가려낼 것인가가 됐어요. 상품과 사용자, 안전 거래에 집중했던 플랫폼들도 뒤늦게 부랴부랴 검수센터를 마련하고 있고요. ‘더 철저하게 검수한다’는 그들. 하지만 검수센터 내부의 모습은 공개된 적이 없어요. 그래서 비크닉 구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오늘 레터는 글로벌 1위 한정판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 검수센터 방문기예요.


[사진 스탁엑스 제공]

그런데 스탁엑스 StockX가 뭐 하는 곳이지?

2016년 미국에서 시작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이에요. “검수센터는 우리의 근간”이라는 최홍준 스탁엑스코리아 대표의 말처럼 회사 설립 초기부터 검수 시스템을 경쟁력으로 보고 공을 들였죠. 미국 본사의 '드롭 오프 스토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2개의 검수센터를 운영합니다. 한국의 검수센터는 그중 11번째인데요. 크림, 무신사, 번개장터 등 국내 리셀 플랫폼의 경매와 검수 시스템도 스탁엑스를 참고했다고 보면 돼요.


검수센터에 쌓여있는 각종 스니커즈 박스들. 스탁엑스에 입고된 제품 중 가장 비싼 스니커즈는 '나이키 조던1 트로피룸'으로 무려 700만원대에 판매됐다. [사진 박영민]

#검수, 그래서 어떻게 하는거야?

스탁엑스 검수센터는 경기도 김포에 있어요. 지난해 9월 스탁엑스의 국내 진출과 동시에 문을 열었죠. 총 8~10명의 직원이 하루 많게는 약 1200개의 제품 중 진품과 가품을 가려내요. 안으로 들어서자 빼곡하게 쌓인 형형색색의 스니커즈 박스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신나는 음악소리 속에서 직원들은 검수 작업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고요.

검수는 총 3단계로 나뉘어요. 1차로 검수자가 제품을 살피면, 가품 여부가 의심되는 제품을 2차 검수자에게 넘기죠. 2차 검수에서도 진품 여부를 가름하기 어렵다면, 판단은 데이터의 몫이에요.

이수향 스탁엑스 검수 매니저가 나이키 스니커즈의 외형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 박영민]

1차 검수 책임을 맡고 있는 이수향 매니저는 저희에게 총 3가지 스니커즈의 검수 시범을 보여줬어요. 그는 제일 처음 눈으로 박스부터 신발을 감싼 종이, 신발의 외형을 꼼꼼히 살폈죠. 디자인과 갑피 상태, 봉제 형태와 실 종류, 신발 바닥의 형태와 상태, 좌우 양쪽 신발의 길이도 일일이 확인했고요. 여분으로 달린 끈·태그 등 부속품의 상태와 부착 방식까지 살펴보더라고요.

신발 냄새를 맡아보는 건 기본이래요. 이 매니저는 “정품 신발에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며 “박스를 뜯는 순간부터 진품인지 가품인지 냄새만으로 어느 정도 구별이 된다”고 했어요. 이 과정이 끝나면 UV 라이트에 신발 전체를 비춰봐요. 정품과 다른 봉제 가이드 선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나이키 스니커즈의 냄새를 맡고 있는 이수향 스탁엑스 검수 매니저. [사진 박영민]

#필살기는 6년간 쌓은 빅데이터

차별점은 3차 검수에서 드러났어요. 6년간 글로벌 11개 검수센터에서 축적한 DB가 마지막까지 가품을 걸러내는 거름망입니다.

“검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큼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수천개의 스니커즈 중에서 진품과 가품을 분류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죠.”

센터의 한 직원은 "검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 있다"며 "보기에 (정품 여부가) 아리송한 아이템이 입고됐을 땐 홍콩에서 근무하는 널리지(Knowledge) 팀에게 사진과 화상 회의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어요. 널리지 매니저가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검수를 진행하고, 정품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려내죠. 이 과정은 다시 하나의 데이터가 돼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고요.

하지만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일! 스탁엑스는 사람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요. 사내 투자액의 50% 이상을 검수팀에 투자하죠. 센터의 모든 직원은 회사가 직고용한 정직원이고요. 물론, 입사 과정도 까다로워요. 총 3번의 채용 면접을 거치고, 5주간 강도 높은 교육을 거쳐 실무에 투입돼요. 개인에게 주어진 검수 지표를 완수할 때까지 선배와 함께 일해야 하고요. 검수 숙련도를 쌓는 수련 기간인 셈이죠.

직원들의 이력도 다양해요. 유명 스니커즈 스토어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던 사람과 레스토랑 사장, 잘 다니던 대기업을 걷어차고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죠. 최홍준 스탁엑스코리아 대표는 "우리를 포함해 센터마다 스니커즈 문화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검수팀에 포진해있다”며 “모두 이 시대 트렌드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자부했어요.


#뱀발: 가품 논란은 현재진행형

가품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국내에선 지난 2월 무신사와 네이버라는 거대 회사 두 곳이 맞붙은 가품 판매 논란이 있었죠. 무신사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피어 오브 갓'의 로고 티셔츠를 구매한 한 소비자가 네이버 크림에 되팔기 위해 검수를 의뢰했는데, 크림에서 이를 가품으로 판정하고 판매를 거부한 거예요. 무신사가 판매 제품을 들여온 판매처(팍선)와 국내외 검증 전문기관의 정품 인증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두 달간의 공방전이 이어졌죠. 결과는 크림의 승. “무신사의 판매 제품은 가품”이라는 피어 오브 갓 본사의 판정으로 크림은 이후 신뢰도가 높아지며 사용자가 급상승했어요.

해외에선 나이키가 스탁엑스를 공격 중이에요. 지난 2월 나이키가 자신의 인기 스니커즈 이미지를 사용한 스탁엑스의 NFT를 인정할 수 없다며, 미국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게 시작이었죠. 지난달엔 이 소송에 위조 및 허위광고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고요. 나이키가 스탁엑스에서 직접 구매한 500족의 스니커즈 중 가품이 4족 섞여 있었다는 내용인데, 일각에선 "나이키가 말을 듣지 않는 스탁엑스에게 '가품 판매'라는 치명타를 입혀 항복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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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리한나가 사랑한 디자이너 안윤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펑크부터 힙합까지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펑크는 백인 노동계급, 힙합은 흑인 노동계급의 꿈·희망·에너지를 노래했어요. 영어도 잘 못하는 아시아 소녀는 미국에서 성장하며 끊임없이 정체성과 존재감을 스스로 증명해야했는데 그때마다 그 음악들은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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