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도넛, 베이글, 츄러스, 까눌레, 마카롱, 탕후루.

우리나라를 달콤하게 휩쓸고 있는 디저트들이에요. 요즘 눈 뜨고 나면 성수·강남·홍대 같은 핫플레이스에 새로운 디저트가 생겨납니다. 유명 백화점에선 디저트들만 모아놓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드는 명소가 됐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디저트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디저트 전문점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19% 늘었다고 해요.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도 매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2년 12조4000억원 규모라고 해요. 매년 10%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엔 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조원 내외인 국내 주류시장보다 훨씬 더 커진 셈이죠.

투썸플레이스가 2015년 출시한 '떠먹는 아이스박스(아박)'. 투썸플레이스

‘메뉴’도 점점 진화하고 있어요. 먹물을 입힌 핫도그, 팥을 넣은 크루아상. 솜사탕을 올린 빙수처럼 ‘음식에 장난 친 거 아닐까’ 싶은 간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 디저트를 재해석해 한국식으로 바꾼 디저트도 눈에 띕니다. 크로와상을 누룽지처럼 눌러 익힌 ‘크룽지’, 마카롱의 속을 가득 채운 ‘뚱카롱’, 두부로 시트를 만든 ‘두부 케이크’가 그런 사례죠.

하지만 신종 메뉴가 쏟아지는 건 그만큼 디저트 시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겁니다. 소비자의 시선은 늘 신기하고 호기심을 끄는 먹거리로 움직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비크닉에서는 반짝 아이디어 하나로 오랫동안 살아 남아 하나의 문화가 된 디저트를 소개할까 해요. 100년전 미국에서 등장한 디저트를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수천만개를 판매한 케이크 ‘떠먹는 아이스박스(아박)’ 이야기에요.


"케이크야, 아이스크림이야…부드러운 식감 공략"

1920년대 미국에선 값싼 가정용 전기 냉장고가 널리 퍼집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해요. 바로 ‘아이스박스 케이크’죠. 같은 케이크이긴 하지만 일반 케이크와 만드는 방법이 아예 다릅니다. 일반 케이크는 오븐에 구운 케이크 시트에 크림을 발라 층층이 쌓아 만듭니다. 시트를 뜨겁게 구운 뒤 다시 식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더 편리한 조리방법을 고민하다 냉장고를 활용한 차가운 케이크를 만드는 시도가 이뤄집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아이스박스에 쿠키와 크림을 층층이 쌓은 뒤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두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아이스박스 케이크는 지금까지도 미국 가정에서 즐기는 대표 디저트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어요.

1938년 미국의 식품 기업인 나비스코(Nabisco)가 내놓은 요리책에 소개된 아이스박스. 투썸플레이스

우리나라에선 2015년에 아이스박스 케이크를 재해석한 제품이 나옵니다.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 아이스박스’이에요. 미국 원조와 달리 마스카포네 크림 치즈와 블랙쿠키를 쌓아 만든 첫 제품이 큰 인기를 얻어요. 마스카포네 크림치즈가 일반 크림치즈보다 풍미가 뛰어난 데다, 블랙쿠키가 차가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부드러운 식감까지 느낄 수 있어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거예요.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 아박은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어요. 최근에도 매달 평균 30만개씩 팔리고 있죠. 최근 도넛, 베이글, 탕후루 등 다양한 디저트가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도 디저트계의 공고한 스테디셀러가 된 셈이에요. 덕분에 투썸플레이스를 디저트 카페로 각인하는 역할을 넘어서 대표적인 디저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까지 합니다.


떠먹는 숟가락 문화를 케이크에도

떠먹는 아박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데는 서양의 디저트를 한국의 숟가락으로 먹는다는 신선한 조합이 한몫해요. 보통 케이크는 크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칼로 조심히 잘라 포크로 우아하게 먹죠. 하지만 떠먹는 아박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식기인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끕니다. 마치 밥이나 국을 떠먹듯 냉장 숙성한 케이크에 숟가락을 푹 집어넣어 떠먹는 거죠. 낯선 디저트지만 친숙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초창기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한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도록 포장한 '떠먹는 아박'. 투썸플레이스

당시 떠먹는다는 컨셉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를 차용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기까지 합니다. 떠먹는 피자, 떠먹는 초밥 등이 나와 음식점이나 편의점에 출시되기도 합니다.

떠먹는다는 건 케이크라는 디저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본래 케이크는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특별한 사람과 먹는 디저트라는 인식이 강했죠. 평소 아무때나 먹기엔 부담이었죠. 하지만 숟가락으로 떠먹는다는 행위가 겹합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즐기는 소소한 디저트로 여겨지기 시작해요. 어느 날, 어느 때라도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된 거죠.

최근엔 떠먹는 아박 전용 포장 박스까지 만들었습니다. 원터치 형태의 박스에요. 한 손으로 박스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케이크를 떠먹을 수 있죠. 마치 햄버거처럼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브랜드 모델 아닌 '아박'만의 모델 기용

최근 투썸플레이스가 선보인 떠먹는 아박의 홀케이크 제품. 투썸플레이스

만드는 방식과 먹는 방법까지 기존 케이크와는 달랐던 떠먹는 아박. 이제는 기존 케이크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즐기는 간편한 케이크에서 특별한 날의 주인공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거죠. 투썸플레이스는 많은 고객의 요청으로 최근 ‘아박 홀케이크’를 내놨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 있는 커다란 케이크인 거죠. 다만, 떠먹는 아박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각형의 모양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해요.

새로운 재료로 아박을 만들기도 해요. 시즌 한정으로 ‘떠먹는 베리쿠키 아박’도 출시합니다. 딸기맛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 큐브 치즈케이크, 딸기 꿀리(과일을 갈아 설탕을 넣어 끓인 것)로 만든 아박이죠.

투썸플레이스 '떠먹는 아박' 모델로 발탁된 가수 겸 배우 비비. 투썸플레이스

최근엔 가수 겸 배우 비비를 떠먹는 아박 모델로 발탁했어요. 투썸플레이스라는 브랜드의 모델이 아닌 떠먹는 아박만의 모델인 점이 특이해요. 다른 카페 브랜드에선 특정 제품만을 위해 모델을 쓰진 않거든요. 투썸플레이스에서 떠먹는 아박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에요.

본고장인 미국보다 더 다채롭게 진화한 아이스박스 케이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디저트에 진심인지 느껴져요. 새로운 달콤함을 찾는 동지들이 계속 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디저트가 계속 등장할 거예요. 떠먹는 아박처럼, 친숙하면서도 참신한 디저트가 많이 생겨 우리의 당을 채워주길 기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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