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붐볐던 도쿄 면세점의 도쿄바나나. 길고 긴 줄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한국은 왜 도쿄 바나나가 없을까. 비단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어떤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 그곳만의 특별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특산품 말고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지역도 함께 빛날 텐데 말예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지리적 특성이나 특산물, 역사, 창업자 고유의 스토리를 브랜드에 녹여 지역 명물이 된 브랜드들이 있더라고요. 오늘 비크닉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성공한 브랜드의 공통점을 알아보려고 해요.


성심당: 기본에 충실

성심당 대전 은행동 본점. 사진 성심당

대전하면 생각나는 성심당은 사실 로컬의 특성을 살려 큰 브랜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의 오래된 대전 사랑은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1956년 창업 후 대전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그 희소성에 값어치는 더욱 올라갔는데요. 지금은 지역 리미티드 브랜드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죠.

성심당이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유로만 성공한 건 아녜요.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안 사고 마는 게 냉철한 소비심리니까요. 고유의 철학과 좋은 서비스가 없다면,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장수 브랜드는 될 수 없죠.

성심당에 왜 대전이었냐고 할 때 늘 나오는 답변이 있어요. 신선한 빵을 만들자는 기본에 충실하고, 고향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성심당이 지역 명물이 된 건 대전이라는 지역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기 위함보다는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신념이 강했다는 겁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대전을 알리는 데에 기여했지만요.

반대로 생각하면, 브랜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지역 한정을 내세운다면 실패할 위험도 높다는 걸 의미해요. 실제 유통가에서 지역을 활용 마케팅은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경우는 많지 않아요.

성심당 사례는 소비자는 로컬 리미티드 브랜드라는 희소성보다도, 왜 이 지역을 고집하는지 그 진정성에 반응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은 제주한마음샌드

파리바게트 제주한마음샌드. 제공 파리바게트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로컬 마케팅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요. 제주 공항에서만 판매하는 SPC의 파리바게뜨 제주한마음샌드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어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제주도 공항에서 뭐라도 사 가야 할 것 같은데 뻔하고 비싼 선물세트에 돈을 쓰고도 아깝다는 생각 해본 적 다들 있죠? 소중한 사람에게는 특히 공항에서 급하게 산, 실속 없는 선물 주고 싶지 않잖아요.

한마음샌드는 처음부터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으면 꼭 찾는 대표 디저트를 만들고자 기획해 나왔대요.

SNS 인증샷과 구매 후기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을 겨냥했고, 제주 오름과 바다를 양각으로 새겼대요. 맛 역시 젊은 층이 좋아하는 ‘단짠’에 집중, 캐러멜라이징과 짭짤한 땅콩 맛을 결합했다고 합니다.

제주의 푸른 느낌을 연상케 하기 위해 하늘색 패키지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노란색 일색인 기존 제주도 선물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줬죠. 게다가 제주국제공항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해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까지 더해 ‘힘들게 구했다’는 메시지까지 줬죠.


지역 문화의 현대적인 해석: 근대골목단팥빵

대구 근대골목단팥빵 전경. 사진 홍두당

근대골목단팥빵은 대구 출신 30대 청년 기업가가 만든 브랜드인데요. 최근 서울과 인천에도 확장하고 있어요. 대구의 근대골목이라는 장소가 주는 감성을 베이커리에 입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단팥빵을 내세운 건 아주 영리한 전략인데요. 대구 근대골목을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자극하고, 레트로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도 통하는 맛이니까요.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카페 인테리어를 보면 대구 역사, 더 나아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요. 카페에서 빵을 먹는 것만으로도 1960~70년대로 여행하는 기분을 주니 신선하죠.

근대골목단빵은 대구의 근대골목이라는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의 정석이라는 분석입니다. 



길목장: 지극히 개인적인 그래서 특별한

길목장의 도깨비풀 우유 제품 이미지. 사진 길목장 홈페이지

전남 장흥을 대표하는 우유 ‘길목장’은 예약 주문하려면 몇주씩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2대가 운영하는 30년 된 브랜드지만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최근이래요.

농장에서 갓 짜낸 신선한 우유라는 어찌 보면 진부한 메시지가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소비자에게 전달된 까닭이라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이 ‘도깨비풀’인데요. 당시 대표였던 아버지가 소에게 사료가 아닌 풀을 먹이기 위해서 들판을 돌아다니면, 언제나 옷에 도깨비풀이 붙어있었다고 해요. 도깨비풀 묻어가면서 꼴 베서 먹였던 그 우유가 진짜 건강한 우유였다는 기억이 담겼죠.

동네에서 알음알음 알려지던 길목장은 SNS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국내 유일의 ‘목초’ 우유로 자리 잡게 됐어요. 오래된 지역 특산물인 소와 이에 얽힌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가 만나 매력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셈이죠.



결국은 진정성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지역을 활용한 브랜드를 앞으로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해요. 코로나19 로 인해 디지털 안에 갇혔던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위해 아주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로컬을 만날 준비가 돼 있는데, 각 지역에서 멋진 로컬브랜드가 나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브랜드 전문가 이랑주 더블엑스브랜드디자인그룹 대표이사는 결국은 작지만 진정성 있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수많은 지역 기반 브랜드가 있지만 대표 브랜드로 크지 못한 이유는 누군가를 따라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지역 기반 브랜드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도시와 비슷해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차별적인 모습에 열광해요. 고객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바로 알아요. 오랜 시간, 역사를 가진 로컬 브랜드는 이미 멋진 것들을 많이 가졌을 거예요. 중요한 건 그 안의 이야기를 찾는 겁니다. 왜 그 지역이어야만 하는지, 왜 그 상품이어야 하는지 파고드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해요.”




마무리

최근 정부와 기업에서는 지역을 대표하고 더 나아가 한국을 알릴만한 로컬 브랜드 양성에 힘쓰고 있어요.

한국관광공사는 롯데백화점과 공동으로 지역별 음식 관광 기념품을 내놓고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하고, 서울관광재단은 CU 편의점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약과와 강정으로 구성된 ‘서울과자’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역 특산물을 단순히 세련되게 포장하고 도시 이름을 인위적으로 넣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찾는 브랜드가 되긴 어려워요. 사실 도쿄에선 바나나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꼭 특산물에 갇히지 않아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높은 품질, 치밀한 브랜딩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훌륭한 로컬 브랜드가 얼마나 많을까요.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지역을 빛내는 브랜드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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