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컨테이너 할아버지’라고 불리던 분이 계셨습니다.
강남에 2000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도곡동의 주차장 한쪽 컨테이너에서 옹색하게 생활해 얻은 별명입니다.
지독한 구두쇠라서 그랬던 게 아닙니다. 할아버지는 자신 소유의 건물(6개 동)에서 영업하는 임차인들에게 20년이고 30년이고 첫 계약 때 정한 임대료만 받았습니다.
수십 년간 강남 상가의 임대료는 다락같이 올랐습니다. 임대료를 올리면 그 누구 못지않게 호화롭게 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세를 올리는 건 세입자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하면서 임대료로 받은 돈 대부분을 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내는 데에 썼습니다. (관련기사:[단독]‘컨테이너 할아버지’반전…강남 2000억원대 땅부자였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컨테이너가 있던 그 땅(옛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주택전시관)이 3년 동안 나대지로 있습니다. 비닐 담장 안 땅에는 잡풀만 무성합니다.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의 양재역 바로 인근 대로변에 있는 4189㎡(약 1300평)의 노른자위 땅인데 말입니다.
요즘 강남대로 변의 땅값은 평당 1억원 이상일 정도로 비쌉니다.
그런데 컨테이너 할아버지의 땅처럼 1000억원 이상의 땅과 건물이 나대지거나 세입자 없이 텅 빈 채로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심한 경우 시가 2조원 이상의 ‘미스터리 부동산’이 도시의 흉물로 남아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그 사연, ‘부동산X파일’이 알아봤습니다.
세금 체납자가 된 상속인
할아버지가 작고한 2021년, 컨테이너가 있던 도곡동 땅(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은행 대출금이 1원도 없는 상태로 유가족 4명에게 상속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