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처절하게 아름답다…빗속에 꽃가루 지키는 몸짓

  • 카드 발행 일시2024.02.26

봄일락 말락 합니다.

넋 놓고 봄을 기다리느니
봄보다 먼저 온 꽃 찾아
남녘으로 나섰습니다.

남녘엔
언 땅을 헤집고 꽃이 올라왔을 테니까요.

이리 달뜬 마음 안고 남으로 달렸건만,
하필이면 비가 내렸습니다.

낭패입니다.
대체로 이맘때 꽃들은 비가 오면 꽃잎을 오므립니다.
꽃가루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생존 전략이니까요.

꽃 보러 갔다가
오므린 꽃만 보게 생겼으니
맘이 싱숭생숭합니다.
더구나 그들을 보려면
낙엽 더미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암만 싱숭생숭해도 이왕 온 길이니
산으로 걸음을 뗐습니다.

산으로 들며 물방울을 주렁주렁 단 복수초를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에 “아!”라는 외마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오므림,
꽃가루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짓임을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