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몇이 제게 겨울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갈 만한 곳을 꼽아 달라고도 했습니다.
그 요청에 기억 속 여러 곳을 더듬었습니다.
개중 덕유산의 기억에 이르자마자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덕유산 상고대 보러 가자.”
그간 사진기자 노릇 하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5년쯤 전입니다.
덕유산에 올랐는데 마침 안개가 밀려왔습니다.
그 안개가 산을 휩쓸고 지나가자
눈앞의 나무와 풀이며 바위가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마법 같았습니다.
마치 엘사 공주가 겨울왕국을 만드는 장면처럼,
그렇게 세상이 새하얗게 변해 갔습니다.
그 광경에 빠져
얼마나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찍어대니 금세 카메라 배터리가 얼었습니다.
품속에 넣어 카메라 배터리를 녹여가며 사진을 찍었더랍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 또한 상고대가 되어 새하얗게 변했다는 것을요.
친구들에게 마법 같은
덕유산 상고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기로 가자고 한 겁니다.
그런데 추운 날의 겨울 산행은 무리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친구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