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싫든 말든 신경 안 써” 책 제목 포기 못한 스티븐 로치

  • 카드 발행 일시2023.12.21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그는 조어(造語)의 달인이다!

‘닥터 둠’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한 인물평이다. 루비니가 말한 ‘그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다.

루비니의 말에선 영어 원어민에 대한 부러움과 동시에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대한 찬사가 묻어나는 듯했다. 루비니는 터키 출신이고, 로치는 미국 출신이다.

루비니의 속뜻이 무엇이든, 그가 한 말 자체는 과장이 아니다. 로치는 한국 투자 세계에선 일상어가 된 말을 여럿 만들었다. ‘더블딥(Double Dip, 이중침체)’이 대표적인 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블룸버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블룸버그

로치가 상아탑 서생으로만 평생을 지냈다면 조어의 센스를 갖추지 못했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뒤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를 거쳐 1972~79년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아태지역 회장까지 올랐다. 이른바 ‘시장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코노미스트다.

이런 로치가 나이 77세가 된 2022년 11월에 미국-중국 패권 갈등을 다룬 책인 『우발적 충돌(Accidental Conflict: America, China, and the Clash of False Narratives)』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반(反)중 감정이 거세지는 와중에 ‘친중 이코노미스트’란 딱지를 달고 사는 인물의 중간자적인 관찰과 비판으로 가득한 『우발적 충돌』의 ‘저자 직강’을 듣기 위해 글로벌 머니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미국-중국 경쟁은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다. 블룸버그

미국-중국 경쟁은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다. 블룸버그

우선『우발적 충돌』의 제목이 흥미롭다. 책 제목의 의미가 분명한 듯하다. 
먼저 짚고 넘어갈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출판사가 내 책을 번역∙출판하기 위해 계약하면서 원서 제목인 『우발적 충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좋은 제목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좋든 나쁘든 신경쓰지 않는다’며 ‘내 책이고, 내 책의 제목이기 때문에 그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출판사는 고민하다 끝내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들은 원서 제목이 한국에서 왜 좋지 않은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내 책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에 대해 그리고 있는 잘못된 인상과 내러티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를 겨냥하는 게) 정치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내러티브가 상호작용해 상대에 대해 거짓 이미지를 갖게 될 때 불붙기 쉬워져, 스파크(불꽃) 하나에도 폭발하곤 한다. 그런 스파크는 여기저기에 무수히 많다.    

“우발적 충돌은 곧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