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투식량 이 정도야? 한국군 홀린 ‘짬밥 치트키’

  • 카드 발행 일시2023.12.18

“군대에 보급이 안 되면 지고, 식량이 없으면 지고, 비축물자가 없으면 진다(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손자병법』 ‘군쟁(軍爭)’ 편에 나온 말입니다. 굶주린 군대가 전쟁에서 이긴 사례는 없습니다. ‘군사와 말이 움직이기 전에 식량이 먼저 간다’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하지만, 전쟁터는 밥을 지어 배불리 먹기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전투식량이죠. 전투식량은 전장에서 쉽고 빠르게 끼니를 때우면서도 열량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목적의 간편식입니다. 부대나 주둔지 식당에서 먹는 식사, 또는 야전 취사장에서 취사병들이 만드는 야전식과 전혀 다릅니다.

전투식량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만큼 오래됐습니다. 전투식량도 가급적 맛있게 만드는 게 최근 세계적 추세입니다. 장병의 생존은 기본이고, 심리적 안정은 전투력을 끌어올린다는 생각 때문이죠.

제가 여러분 대신 직접 전투식량을 먹어봤습니다.

중앙일보가 가장 먼저 탐구한 전투식량은 한국군 전투식량이다.

한국군의 전투식량 중 3형과 특전식량. 김현동 기자

한국군의 전투식량 중 3형과 특전식량. 김현동 기자

한국군의 전투식량은 모두 네 종류다. 끓는 물에 데워 먹는 1형, 물에 불려 먹는 2형, 발열팩으로 덥히는 3형, 바로 먹는 특전식량 등이다. 이 중 비교적 최근에 개발한 3형 즉각취식형을 이번에 시식했다. 2003년 개발된 3형은 앞선 1형과 2형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직접 시식했다.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는 김민수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셰프이자 사업가인 김 대표는 전술사격 마니아다. 한국스포츠사격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남들은 골프 치러 가는 동남아시아에서 실총 사격을 하는 그다. ‘택티컬 셰프’라 불릴 만하다.

산불 진화 현장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 육군 장병들. 국방일보

산불 진화 현장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 육군 장병들. 국방일보

전투식량은 유사시를 대비해 비축하는 군용 물품이다. 민간에서 구매할 순 없다. 전투식량 제조사가 비슷한 상용품을 시장에 내놨을 뿐이다. 그래서 취재 목적을 설명하는 공문을 국방부에 보내 전투식량을 지원받았다.

3형은 두 가지 메뉴가 마련됐다. 주식 기준으로 1식단(쇠고기볶음밥)과 2식단(햄볶음밥) 등이다. 3형의 유통기간은 3년이다. 이번에 먹은 1식단은 내년 2월 7일에, 2식단은 내년 3월 3일에 유통기한이 끝난다. 1개당 가격은 8800원이다. 전투식량 제조사에 따르면 무게는 580g이다.

3형의 열량은 1100㎉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2500㎉다. 한 끼가 하루치의 절반 약간 못 미치니 열량이 꽤 높은 편이다. 고열량은 전투식량에서 제일 먼저 고려하는 요소다. 미국 육군 나틱 개인 체계 개발센터에 따르면 전투 현장에선 하루 6000㎉까지 소모된다.

3형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두툼하고 묵직했다. 일단 언박싱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