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흥행할 줄 알았다? 그럼 여기 투자하지 그랬어

  • 카드 발행 일시2023.12.05

화제가 될 드라마, 뜰 것 같은 배우를 알아보는 ‘촉’이 돈이 될까. 

창업 3년차의 K콘텐트 투자 중개 플랫폼 펀더풀(funderful)의 답은 “그렇다”이다. 펀더풀은 영화와 드라마, 각종 전시와 콘서트 제작 비용 중 일부분을 온라인 공모로 진행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문화 조각투자로 볼 수도 있다. 투자 플랫폼에서 될성부른 콘텐트를 골라 투자 운을 시험해볼 수 있다. 그동안 소수 유통사와 투자사, 기관만의 리그였던 콘텐트 투자업계에 대중의 진입이 용이해졌다.

4일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투자 상품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12월 20일 개봉)이다. 개인은 최소 50만원, 최고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이날까지 390명이 참여해 총 4억9700만원을 모았다. 공모 목표액(최소 5억원, 최대 15억원) 달성에 성공하면 흥행 성적에 따라 수익을 나누게 된다. 물론 최악의 경우(관객 500만 명 이하일 때) -32.8% 상당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 성적을 거두면(관객 1000만 이상) 17% 정도의 수익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앞서 진행된 영화 ‘서울의 봄’ 공모는 영화가 손익분기점(관객 4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날부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펀더풀 사무실에서 윤성욱(46) 대표를 만나 문화 콘텐트에 왜 대중 투자가 필요한지를 물었다. 윤 대표는 “제작자는 기존보다 적은 금융 비용을 들여 자본을 유치하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일반 투자자는 그동안 소수에게만 기회가 있던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본 조달 창구가 다변화되는 건 콘텐트 산업의 건전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섞여 있다.

용어사전📌일러두기

 1. 뭐 하는 사람
. 문화 콘텐트 투자 중개 서비스 펀더풀 대표.
. 18년간 금융권에서 문화 콘텐트 투자를 담당하다가 업계의 자본 불균형을 해소할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창업.

2. 왜 인터뷰
. 세계에서 각광받는 K콘텐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3. 경력 및 업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쇼이스트 한국영화팀.
.한화문화콘텐트 사업팀.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와디즈 투자사업실 CBO.
.영화 ‘명량’ ‘베테랑’ ‘올드보이’ 등 다수의 흥행작 투자 진행.

4. 이 인터뷰를 읽어야 할 사람
.문화 콘텐트에 관심이 있다면.
.콘텐트 산업 종사자.
.잘 될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촉이 좋은 사람.
.소액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면.

K콘텐트가 주목받고 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제작이 어렵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인가.  
그동안 콘텐트 제작사, 엔터 비즈니스 사업자는 콘텐트를 만들어 유통해 수익을 내고 이를 통해 다시 지식재산권(IP)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집해 왔다. 한국 콘텐트 사업자는 아직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비하면 자금 조달 역량이 부족하다. 국내시장에서만 플레이하면서 코로나 이전 기준 편당 10억~200억원을 조달해 왔다. 사채를 발행하거나 상장하면 가능한 규모다. 그러나 콘텐트 소비자 눈높이가 계속 올라가고 제작비가 계속 커지니까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해외 채널이 들어와 경쟁하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금융 조달 이슈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만을 놓고 어렵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콘텐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졌고, 예산은 적어도 참신한 기획력과 다루는 소재, 이야기의 전달 방식을 아주 다른 형식으로 구사하는 콘텐트도 나온다. 콘텐트 제작비 조달이 어렵다고 얘기했을 때, 그게 정확하게 어느 카테고리의 어느 사업에 해당하는지 구분해 봐야 한다.  
펀더풀의 윤성욱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오투타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공모가 한창인 영화 '노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펀더풀의 윤성욱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오투타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공모가 한창인 영화 '노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드라마만 놓고 보면 어떤가. 최근 취소되는 작품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