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30% 수포자 이유 있다” 세계적 수학자의 일침

  • 카드 발행 일시2023.11.30

간단한 연산은 계산기가 맡은지 오래다. 복잡한 수학 문제도 어지간한 컴퓨터로 너끈하다. 인간도 풀기 힘든 수학 난제에 인공지능(AI)이 도전하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수학을 배워야 할까?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의 답은 이랬다.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도구예요. 불확실한 미래에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죠.

사실 수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학문이다. AI‧빅데이터 기술의 밑바탕에는 미적분학‧벡터 같은 수학 개념이 있다. 그럼 수학은 AI와 빅데이터 전문가에게만 유효할까? 박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인류는 역사상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식보다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 그는 “수학을 통해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박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 중 한명이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미국 오클랜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5년 한국인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국제수학연맹(IMU)집행위원으로 선임됐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내가 사랑한 수학자들』,『수학이 불완전한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수학 관련 책도 여러 권 썼다.

그도 처음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10대 때 읽은 아인슈타인 전기에 감명받아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 들은 수학과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놨다. 프랑스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에 빠지면서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갈루아는 ‘5차 방정식에는 왜 근의 공식이 없는지’를 증명한 것으로 유명한 수학자다. 이후 박 교수는 대학원을 수학과로 진학했고, 37년 동안 수학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수학은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이유가 있다. 수학이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칙연산 정도만 알면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데다, 요즘은 간단한 계산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더구나 AI가 논문도 쓰고, 그림까지 그리는 시대 아닌가? 도대체 수학을 왜 배워야 할까? 지난 23일 아주대에서 박 교수를 만나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