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솔, 기와 뚫고 서 있었다…서울 한복판서 목격한 신화

  • 카드 발행 일시2023.11.20

서울 종로구 삼청로를 걷다가
먼발치 한옥 지붕에 뭔가가 어슴푸레 보였습니다.

어둑한 시간,
먼발치라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필시 바위솔일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기와에서 터 잡고 살아낼 수 있는 식물이라면
필시 바위솔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 줌도 채 안 되는,
먼지 더미만큼 흙만 있어도 살아내니까요.

가서 보니 과연 바위솔이었습니다.
꽃까지 핀 채였습니다.
이렇듯 기와에서 사니 이들을 와송(瓦松)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엔 흔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거의 보기 힘듭니다.
도심에서 이들을 보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한옥이 드물기도 한데다,
낡으면 어느새 새 단장하니
이 친구들이 터를 잡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대체 어떻게 삶터를 잡고
이토록 고운 꽃을 피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