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네” 이 말이 독이다…정신과 의사가 경고한 아이

  • 카드 발행 일시2023.10.30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만 6~17세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3만7386명으로, 5년 사이 60% 넘게 늘었다. 10대 자살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7.2명(2022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명, 2019년)을 크게 웃돈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대체 왜일까? hello! Parents는 정신과 전문의들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첫 번째 정신과 전문의는 완벽주의를 원인으로 꼽았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아이가 100점을 맞았어요. ‘똑똑하네!’가 아니라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하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 칭찬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아이에겐요.

『어린 완벽주의자들』를 쓴 장형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장형주 원장은 “완벽주의 아이를 기른다면 칭찬하는 법도 달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노력을 칭찬하는 건 칭찬의 정석이다. 그런데 장 원장은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에겐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구나 항상 1등을 할 순 없다. 만점만 받을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완벽주의자는 늘 1등을, 만점을 추구한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컨디션 난조나 불운도 핑계일 뿐이다. 장 원장은 “이런 사람에게 노력을 강조하면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다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99점을 받아도 최선을 다한 게 맞는지 불안에 떤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 의사로 일하면서 이런 완벽주의자들을 수없이 만났다. 의대에 진학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고, 또 좋은 성과를 낸 학생들이 늘 “나는 부족하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그는 이 학생들을 상담하며 불안의 기저에 완벽주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이런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완벽주의 성향을 뚜렷이 나타냈다.

그는 “완벽주의는 비단 의대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였다”고 했다. 한두 문제로 운명이 갈리는 치열한 입시 환경 속에서 모두가 완벽주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 완벽주의자들』을 쓴 이유다. 지난 17일 장 원장을 만나 완벽주의의 문제와 거기서 벗어나는 법을 물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형주 원장은 2014년부터 5년간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했다. 장 원장은 "높은 성취를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의 기저에는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형주 원장은 2014년부터 5년간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했다. 장 원장은 "높은 성취를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의 기저에는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 성공하려면, 완벽주의자여야 한다?

“성공하려면 완벽주의자인 게 나은 거 아닌가요?” 장 원장을 찾아온 완벽주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하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맞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게 성공에 유리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완벽주의를 미덕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장 원장은 “바로 그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완벽주의자는 성공이 아니라 예정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