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사람 지울 수 있다…‘밤의 경복궁’ 폰카 마법

  • 카드 발행 일시2023.10.23

지난 15일 광화문 월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월대가 드러난 건 자그마치 100년 만입니다.
100년의 시간을 건너뛴 그 월대를 보려고 광화문을 찾았습니다.

일부러 밤을 택했습니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100년의 세월을 어둠에 묻고,
오롯이 광화문과 월대를 마주할 요량이었습니다.

밤의 광화문, 가히 이름 그대로입니다.
‘빛이 널리 비춘다’는 의미의 광화(光化)니까요.

마침 경복궁은 야간 관람 중입니다.
(야간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며, 10월 29일까지 운영됩니다. 월·화는 휴무일이며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월대를 통해 경복궁으로 들어섰습니다.

근정문에 이르자 숱한 사람이 갑자기 모델이 됩니다.
너나없이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겁니다.

모처럼 나들이 나선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한복까지 갖춰 입은 터입니다.
늘 개방하는 궁이 아니기에,
갖춰 입고, 셀카봉 혹은 삼각대를 갖추고 ‘인생 사진’ 촬영에 나선 겁니다.

왕의 즉위식이 열렸던 근정문을 지나면
널찍한 조정이 나타납니다.

그 끝에 홀로 덩그러니 근정전이 고고하게 섰습니다.
부지런히 정사를 논하라는 의미의 근정전(勤政殿)에선 국가적인 행사가 열렸죠.
그뿐 아니라 문무백관이 모두 참여하는 조회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기도 했죠.

몇 해 전 야간 개방 때 비 오는 날을 택해 근정전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조정 가장자리 고인 물에 담긴 또 하나의 근정전을 볼 요량이었습니다.
가서 보니 원했던 대로 또 하나의 근정전이 박석에 맺혀 있었습니다.

이렇듯 밤의 궁궐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운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