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딱 하나, 로댕 피아노까지…그 섬엔 박물관만 100개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0.20

전 세계 희귀 자동차 100여 대 한눈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 클래식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 클래식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최충일 기자

1888년 8월 독일인 베르타는 오이겐(15세)·리하르트(13세) 등 두 아들과 함께 남편(카를 벤츠)이 만든 삼륜차인 ‘페이던트 모터바겐 모델 3’을 타고 거주지 독일 만하임에서 친정 포르츠 하임까지 100㎞가 넘는 구간을 운전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친정 나들이였지만, 사실은 남편 발명품이 쓸모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목적이었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특허받은 자동차’란 의미다.

그녀와 두 아들은 2박3일 동안 비포장 길을 열심히 달렸다고 전해진다. 가는 도중 연료가 떨어지고 고장나면 약국에 들러 리그로인(석유 에테르)을 사서 썼다. 나무로 만든 브레이크를 가죽 브레이크 패드로 바꾸고, 늘어난 체인과 금간 기어를 대장간에서 수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르타는 친정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첫 내연기관 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장거리 주행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베르타의 성공 소식은 전 세계로 퍼졌다. 만하임에서는 지금도 2년마다 모터바겐을 타고 베르타 발자취를 따라 달리는 축제를 열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 전시된 ‘페이던트 모터바겐 모델 3’. 세계 최초로 장거리 주행에 성공한 내연기관 자동차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 전시된 ‘페이던트 모터바겐 모델 3’. 세계 최초로 장거리 주행에 성공한 내연기관 자동차다. 최충일 기자

지난 11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세계자동차 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2008년 4월 김영락(전 범우화학 회장)씨가 설립한 아시아 최초 개인 자동차박물관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클래식 자동차와 스포츠 자동차, 한국 자동차 등 100여 대가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는 베르타가 실제 몰았다고 알려진 것과 같은 삼륜차와 전 세계에서 6대뿐인 삼나무로 만든 자동차 등이 있다.

김씨는 2019년 7월 피아노 30여 대를 추가 전시하면서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김씨의 아들인 김학수 박물관장은 “부친께서 인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게 과학기술과 음악예술에 대한 꿈과 비전을 키워주고 싶어 이런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주는 박물관·미술관의 섬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서 만난 김학수 박물관장이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세계자동차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세계자동차&피아노 박물관에서 만난 김학수 박물관장이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세계자동차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는 박물관·미술관 천국이다. 이색적인 자연환경 못지않게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도 육지와 다른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2021년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박물관 62개(국립 1, 공립 16, 사립 44), 미술관 21개(공립 7, 사립 14) 등 총 83개 전시 공간이 있다.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개인 박물관까지 합하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제주 도내 박물관 수는 도민 8000명당 1곳 정도다. OECD 국가는 평균 5만 명당 1곳, 국내는 5만3000명당 1곳이다. 이번에는 제주박물관 등 문화 인프라를 둘러보기로 하자.

제주에 박물관 등 전시 시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1980년대부터다. 관광산업이 활성화하면서 볼거리 제공 차원에서 설립된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