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차례 외유(外遊)하는 동안 정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됐다. 구정치인 출신인 대구·경북(TK) 세력이 나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1965년 말 나는 민주공화당 당의장으로 복귀하지만 이미 ‘4인 체제’가 당을 휘어잡고 있었다. TK의 김성곤·백남억, 이들과 손잡은 길재호·김진만 이렇게 넷이다. 그중에서도 선두는 성곡(省谷) 김성곤(1913~75)씨였다. 경북 달성 출신으로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 상과를 나왔다. 80년대 재계 서열 5위였던 쌍용그룹의 창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