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 하나로 4마리 살렸다…헌혈증 모으는 개, 행복이

  • 카드 발행 일시2023.10.06

펫 톡톡

클래스가 다른 전문직 ‘댕댕이’ by 펫 톡톡

가정에서 반려인에게 사랑을 주는 ‘내 새끼’와 달리 직업이 있는 ‘댕댕이’가 있습니다. 인명구조견·마약탐지견·군견·안내견·쇼독·헌혈견 등으로 불리는 녀석들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때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하기에 특별한 자질과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런 직업견들의 일과는 어떨까요? 고질적인 직업병과 스트레스는 없을까요? 퇴근 후엔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녀석들의 일터로 직접 찾아가 만났습니다. 직장 생활의 애환과 생생한 현장 경험담을 직업견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
강아지를 살리는 강아지, ‘헌혈견’입니다.

헌혈견 협회에서 준 기념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있는 행복이. 노란 스카프는 헌혈견을 상징하는 소품이다.

헌혈견 협회에서 준 기념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있는 행복이. 노란 스카프는 헌혈견을 상징하는 소품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헌혈견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도말라(진돗개+말라뮤트) 행복이(8살, 암컷)라고 합니다. 제가 한 번 헌혈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작은 강아지 4마리를 살릴 수 있대요. 오늘은 아침 일찍 엄마 차를 타고 서울 강남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왔어요. 저는 이미 두 번 헌혈을 해본 경험이 있답니다. 그런데도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이런 모습을 본 간호사 언니는 제가 잔뜩 긴장해 있는 걸 눈치챘나 봅니다. 물 한 모금 마시라며 엄마에게 컵을 주고 가네요.

헌혈을 앞두고 긴장한 행복이를 위해 간호사가 준비해 온 물을 엄마 유진씨가 주고 있다.

헌혈을 앞두고 긴장한 행복이를 위해 간호사가 준비해 온 물을 엄마 유진씨가 주고 있다.

사실 저는 집에서 첫째예요. 동생 넷과 입양 온 강산이까지 다섯이 더 있어요. 대가족이죠? 모두 헌혈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된 사연이 있는데요. 몇 해 전까지 함께 살았던 삼촌 백곰(사모예드)이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을 갔는데 치료를 위해 수혈이 필요했어요. 엄마는 이때 강아지도 피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대요. 다급하게 이곳저곳 알아본 끝에 공혈견의 피를 구매하면 삼촌을 살릴 수 있는 사실도 알게 됐지만, 엄마는 그 친구들의 피는 받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