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 즈음이면 꽃무릇 소식을 기다립니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듯 그렇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온 숲, 온 언덕, 온 오솔길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이 꽃무릇이 눈에 어른거리기에 오매불망 소식을 기다리는 겁니다.
우선 전남 영광 불갑사의 꽃 소식부터 기다립니다.
꽃무릇이 피면 이 일대는 꽃 천지가 되니까요.
다음으론 이웃한 전북 고창 선운사의 꽃 소식입니다.
선운사 일대도 불갑사와 마찬가지로 꽃 천지가 됩니다만,
대체로 불갑사보다 일주일 정도 꽃이 늦게 핍니다.
마침 고대하던 소식이 들려왔기에 불갑사로 내쳐 달렸습니다.
절로 들어서자 먼발치에서도 붉음이 아롱거렸습니다.
푸름 우거진 숲 바닥은 숫제 붉은 융단을 깐 듯 발갛습니다.
예서는 누구나 사진작가가 됩니다.
이 풍경을 두고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 다음 스스로 모델이 됩니다.
꽃 천지와 어우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안 남길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