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김부장 8억불 어때”…김종필-오히라 메모 비화 (27)

  • 카드 발행 일시2023.09.13

박정희-이케다 정상회의(1961년 11월 12일)로 한·일 회담이 힘을 받긴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실제적인 문제에서 진척이 없었다. 회담 의제는 ‘한·일 기본관계’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 ‘대일 재산청구권’ ‘어업 및 선박 문제’ ‘문화재 반환’ 등이었다. 이 중에서 제일 난항이었던 게 청구권 자금이었다.

1962년 10월 나는 미국 방문길에 일본을 들르기로 했다. 그 전에 박 의장과 나는 최고회의 의장실로 민주당 시절 5차 한·일 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했던 유진오 박사를 초빙했다. “일본이 우리한테 정말 얼마나 줄 수 있다고 보시는가”라는 박 의장의 질문에 유 박사는 “일본 사람들한테 들었지만 3000만 달러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유 박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액수는 우리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 박사가 돌아간 뒤 박 의장은 “어떤 사람은 일본이 우리를 36년간 지배했으니 1년에 1억씩 36억 달러를 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최소 10억 달러는 받아내야 한다고 한다. 으음~ 8억… 8억. 김 부장, 8억 달러 어때. 국민들은 불만이겠지만 그걸로 종합제철소도 짓고 종합기계공장도 만들고 해보자고”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내놓은 8억 달러는 박 의장이 내게 준 인디케이션(지침)이었다.